유럽 1000년史를 뒤흔든 사건과 인물은…

김용출 2023. 1. 21. 0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각 세기별 주요한 변화들 속
주체적인 인물 한 명씩 꼽아
선악·성공·실패 따지는 대신
변화 이끈 영향력·파장 주목
발전의 원동력 엿볼 수 있어

변화의 세기/이언 모티머/김부민 옮김/현암사/2만8000원

1095년 11월27일, 교황 우르바노 2세는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공의회를 소집했다. 셀주크튀르크 군대에 패배한 비잔티움 황제로부터 군사원조 요청을 받았던 그는 군중 앞에서 설교했다. 기독교인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중단하고 이도교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성좌 예루살렘을 탈환하라고. 군중들은 열광했고, 열기와 광기는 대규모 십자군 전쟁으로 이어졌다. 가톨릭교회가 물리적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확대하는 순간이었다.
이언 모티머/김부민 옮김/현암사/2만8000원
11세기 유럽 사회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상이었다. 955년에서 1100년까지 서방 기독교 세계는 두 배로 확장했다. 교회 재산은 급속도로 늘어났고, 교황 권력 역시 강해졌다. 교황 세력이 커지면서 신성로마제국 황제와의 불화도 심해졌다. 기독교가 내부 평화를 촉구하면서 1200년까지 전쟁에 따른 노예들이 줄었고, 도시에선 로마네스크라 불리는 웅장한 성벽과 탑들이 세워졌다.
유럽 사회는 11세기 교황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되고, 교구 조직이나 수도회도 자리 잡았으며, 대규모 교회와 성이 건립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를 초래한 주체는 누구였을까. 교황의 권위와 권력을 신성로마제국 황제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그레고리오 7세가 꼽힌다. 그는 동방 기독교를 돕기 위해 무장 원정을 떠나자는 계획을 우르바노 2세에 앞서 최초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의해 쫓겨났음에도, 교황의 목소리를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지난 1000년간 각 세기별로 유럽 사회를 뒤흔든 주요한 변화를 살펴본 뒤, 이런 변화를 일으킨 주체를 규명해보는 책이 나왔다. 변화의 표징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발전의 원동력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은 산업혁명기 당시 동력 방직기. 출판사 제공
지난 1000년간 각 세기별로 유럽 사회를 뒤흔든 가장 중요한 변화들은 무엇이었고,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킨 주체는 누구였을까.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역사가 중 한 명이자 기록물 연구가인 저자는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 각 세기별 주요한 변화들을 살펴본 뒤 이러한 변화를 추동한 인물을 한 명씩 꼽는다.

각 세기별 주요한 변화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변화 주체로는 의외의 인물이 제법 많이 꼽혔다. 선악이나 성공 및 실패를 따지기보다는 변화 그 자체에 미친 영향력과 파장을 주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세기 교회 성장을 변화의 핵심으로 본 뒤 교황 그레고리오 7세를 변화 주체로 꼽은 저자는 12세기 주요 변화로 인구 증가와 수도회 연결망 확장, 지적 르네상스 등을 선정한 뒤 변화 주체로 종교적 믿음에 합리적 의심을 더함으로써 신학 탄생에 공헌한 신학자 피에르 아벨라르를 주목했다.
항해자 콜럼버스. 출판사 제공
이어서 13세기는 무역과 상업, 여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탁발 수도자가 탄생한 가운데 성당에서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도록 하고 탁발 수도사들을 받아들여 기독교 확산에 기여한 교황 인노첸시오 3세, 14세기는 흑사병 창궐과 민족주의 등장, 장궁의 부상 속에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궁수를 양성해 기마병을 격파함으로써 전쟁 패러다임을 바꾼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3세, 대항해시대가 개막하고 개인주의가 나타난 15세기는 기독교 세계 밖에도 세계가 있음을 유럽 대륙에 전파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차례로 꼽았다.

책 인쇄와 종교개혁, 소형화기 등이 주요하게 대두한 16세기는 종교개혁을 통해 유럽 세계를 뒤흔든 마르틴 루터, 17세기는 과학 및 의학혁명, 신대륙 개척 등을 주요 특징으로 과학시대를 가져온 갈릴레오 갈릴레이,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동시에 진행된 18세기는 시민혁명의 기반이 된 ‘사회계약론’을 펴낸 장 자크 루소를 각각 제안했다.

저자는 19세기는 도시화와 인구 증가, 운송 통신 발달, 사진술 진보 등의 변화 속에서 산업노동을 역사적 힘으로 개념화하고 사회주의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카를 마르크스를, 20세기는 1,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과 전기 및 전자제품 등의 변화 속에서 2차 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를 차례로 꼽았다.
메르카토르 도법을 이용해 제작된 최초 인쇄 지도. 출판사 제공
“현대의 업적이 가장 중대한 변화이며 현대 이전 시대는 변화가 거의 없는 정적인 시대였다는 가정을 허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특정한 발전이 20세기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것이 20세기에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컨대, 책은 변화라는 키워드로 유럽 1000년사를 다시 읽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뒤바꾼 주요한 변화들과 그 주체를 찾아가다 보면 사회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깨닫게 된다. 다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곳을 제외하고 유럽 사회만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