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고 애도하고 동물도 예의 차린다

2023. 1.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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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

30년간 동물을 연구한 지은이에 따르면 코끼리도 아는 친구를 만나면 서로 인사한다. 어렵사리 코끝을 상대의 입에 부드럽게 대는 것을 포함해 한참 동안 세세한 순서를 지켜가며 인사 의례를 치른다.

죽음의 의례도 인간 전유물이 아니다. 늑대 한 마리가 퓨마에 죽임을 당하자 무리는 6주 동안 놀이를 중단했고 밤마다 목놓아 울었다. 죽은 늑대가 공동체의 일원이었음을 보여준 의례다. 기형으로 태어난 아기 기린이 한 달 만에 죽자 어미는 곁을 떠나지 않았고, 한 시간 뒤 가족 중 암컷 열일곱 마리가 다가와 함께했다. 나흘째가 돼서야 하이에나가 사체를 물어갔다.

미국 동물원에서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가 죽자 가장 친했던 모잠비크산 두 마리는 밤새 번갈아가며 죽은 친구를 찾은 것은 물론 갈 때마다 사체에 흙을 뿌려 덮어줬다. 코끼리 장례식이다. 서열이 낮은 코끼리는 다가오지 않았고, 다른 코끼리는 냄새만 맡아보고 떠났다. 지은이는 이 두 마리가 고향에서 이런 의례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의례는 유전자가 아닌 교육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왜 의례를 치르는 것일까. 지은이는 ‘정확한 절차에 따라 되풀이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정의되는 의례가 상대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고, 화해·감사·친밀의 제스처를 보내,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두터운 유대를 느끼며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지은이는 동물 의례가 인간 문명과도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침팬지들이 개성껏 가슴을 치며 돌을 쌓는 의례가 인간 음악의 초기 형태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영장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인간의 종교의식도 자연에서 발견되는 이런 의례를 본떴을 수 있다고 말한다. 코끼리·침팬지에서 고래·홍학·물고기·곤충까지, 다양한 동물의 인사·구애·선물·놀이·애도·회복·여행 등 의례를 보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저절로 우러나올 수밖에 없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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