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프리즘] 강제징용해법 설득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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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안 고육지책이지만 현실적
성과에 집착해서 서둘러선 안 돼
」
정부는 성과에 집착하여 서둘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전의 정부는 보안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밀실교섭을 서둘러 끝내면서 정치적 결단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불투명하고 성급한 과정은 결국 피해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과거사 갈등이 반복되었다. 그 교훈은 2015년 위안부합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교교섭을 서두른 결과 위안부문제가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하여 한·일 갈등은 증폭되었다. 물론 피해자들의 입장을 외교교섭에 모두 반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투명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피해자들을 설득하고자 할 때 과거사 갈등은 완화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민관협의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결실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강제징용해법을 결단하기에는 아직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 앞으로 2월 말 다케시마의 날(독도의 날), 3월에는 교과서 검증, 그 이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그리고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등록 등 한·일 갈등의 씨앗은 줄줄이 이어진다. 이런 지뢰밭 속에서 강제징용문제를 서둘러 처리하여 과거와 똑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강제징용해법은 한국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모든 당사자들이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일관계는 한국의 도덕적 문제 제기에 일본이 양보하는 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1993년 고노담화,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선언, 2010년 간 담화의 역사가 말해준다. 발표 당시에는 사과 수준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금과옥조가 되었다. 그러나 2013년 아베 총리의 등장 이후에는 ‘반성하는 일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는 사죄를 하지 않겠다’라는 역사수정주의적 인식이 일본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징용 해법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다른 요구조건이 또 나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 강경정책이 일본에 불을 붙인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배상금이라도 먼저 받게 하자는 정부의 ‘제삼자 변제안’은 고육지책이지만 현실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보다는 평가해줄 수 있다. 정부를 비난하기에 앞서 한국의 도덕성 주장이 일본에서 통하지 못하게 된 배경을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은 갈등을 청산하고 화해를 이룬 국가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00년 전쟁을 한 독일과 프랑스, 앙숙이었던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어떻게 화해를 이루어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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