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영감상법(靈感商法)과의 전쟁
새해 들어 일본 정부는 영감상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대변인에 해당하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신년 기자 회견에서 ‘부당기부권유방지에 관한 법률’(일명 피해자 구제법)이 새로이 시행된다고 밝히며 “영감상법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감상법에 의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소비자계약법도 개정했다. 이런 법률이 만들어진 계기는 지난해 7월 8일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암살 사건이다. 아베를 쏜 용의자가 범행 전 지인에게 “가족이 통일교에 빠지고 영감상법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다”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연관된 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구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거액 헌금을 해온 신자와 가족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 압박이 거세졌다.
아베 총리 사망 이후 구 통일교를 둘러싼 논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존립 기반까지 뒤흔들고 있다. 자민당은 소속 의원(381명)의 절반에 가까운 179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기시다 내각의 장관 가운데 4명이 관련 의혹으로 낙마했고 총리의 지지율은 36%선까지 곤두박질했다.
관심사는 일본 정부가 통일교 관련 종교재단을 실제로 해산할지 여부다. 지난해 문부과학성은 통일교 관련 재단에 대해 영감상법에 따른 헌금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권’을 행사했다. 해산 명령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원에 해산 청구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종교기관에 대한 헌금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가 불법인지를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자들의 피해 실태가 어느 정도 밝혀질지, 자민당과 구 통일교의 관련이 어디까지 드러날지 주목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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