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즐기는 ‘호모 모투스’ 30분 걸으면 쉬어야 무릎 튼튼
━
생활 속 한방
지난해 말부터 엔데믹 전환이 본격화되며 일상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출입국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최근 여행·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양상은 새해까지 이어져 ‘호모 모투스(Homo Motus)’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호모 모투스는 ‘움직이는 인간’을 뜻하는 라틴어로 해외여행과 운동, 문화생활 등 역동적인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한다. 2년 넘게 억눌렸던 여행 및 여가활동 수요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며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호모 모투스의 활약 덕분에 오늘부터인 설 연휴 기간 여행상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15%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활발한 야외활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크며 건강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척추·관절 질환을 다루는 의료진의 관점에서 엔데믹과 함께 나타난 급격한 환경 변화에 걱정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긴 집콕 생활 동안 굳고 약해진 관절에 갑작스러운 부담이 누적될 경우 무릎 관절염과 같은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탓이다.
체중 1㎏ 늘면 무릎에 5㎏ 부담
실제로 무릎은 신체활동으로 인한 충격에 취약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신체 부위 중 하나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무릎은 상당히 튼튼한 관절에 속한다. 하지만 평소 운동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불량한 경우 효과적인 하중 분산이 어렵고 안정성이 떨어져 각종 부상에 노출되기 쉽다.
코로나19 발생 후 급증한 성인 비만율도 무릎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체중이 1㎏만 증가해도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대략 3~5㎏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무릎에 무리한 부담을 가해 관절을 약하게 만든다.
비만과 무릎 건강의 연관성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1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33.8%였던 성인 비만율이 코로나19가 발생한 첫 해인 2020년에 38.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5%에 달하는 증가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무릎 관절염 환자 수에도 반영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1년 이후 퇴행성 관절염 환자 수가 전년 대비 4.45% 증가한 것이다. 비만으로 인해 약해진 무릎에 갑작스럽게 활동량까지 늘어난다면 무릎 퇴화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
누적된 부담이 무릎 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경우 시큰거리는 통증과 함께 걸을 때 삐걱거리는 느낌이 동반되는 등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 또한 과도한 하중이 지속해서 무릎 관절에 전달될수록 무릎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이 마모돼 무릎 윗뼈와 아랫뼈가 맞닿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극심한 통증뿐만 아니라 보행 기능을 제한하기 때문에 무릎 통증이 나타났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는 약침 치료와 같은 비수술 치료법으로 무릎의 자생력을 높여 관절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한약재 유효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무릎 관절 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침으로는 신바로약침과 황련해독탕약침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모과를 주요 한약재로 하는 숙지양근탕 처방을 병행해 재발을 막고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신바로약침의 항염증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저널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골관절염을 유발한 쥐를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한 결과 신바로약침을 투여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2(PGE2)’ 생성이 60.59%나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바로약침 투여군의 경우 뼈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소주골의 부피도 40%나 늘어났다.
치료와 함께 여행 중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필수다. 30분간 걸은 뒤에는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서는 평지의 절반 속도로 걷는 것이 좋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체중의 약 3배에 달하는 무게가 무릎 관절에 집중되므로 보폭을 좁게 하는 것을 권한다. 장시간 보행이 예상되는 경우 무릎보호대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배낭 쌀땐 무거운 짐 위쪽에 배치
여행 일정을 마친 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무릎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무릎 통증 완화와 함께 체중 감량에도 도움 주는 동작으로 ‘장경인대 스트레칭’이 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두 팔을 좌우로 펼친 채 양 무릎을 바르게 세운다. 이어 두 발을 들어 올려 무릎의 각도를 90도로 유지하고 다리를 왼쪽으로 천천히 넘긴다. 이때 시선은 오른쪽 손끝을 바라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무릎을 쭉 편 뒤 엄지발가락이 바닥을 향하도록 발목을 돌려 15초간 자세를 유지하고 첫 번째 자세로 돌아간다. 총 3회 반복 후 반대쪽도 동일하게 3회 반복하면 무릎을 굽히고 펴는 장경인대를 이완해 무릎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여행 배낭에 무거운 짐을 한가득 꾸렸다면 짐을 담는 순서에 요령을 더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도록 하자. 짐을 넣을 때는 크고 가벼운 짐을 아래에 두고 무거운 짐을 어깨와 가까운 위쪽에 둬야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산행하는 경우에는 등 쪽에 무거운 짐을 넣으면 가파른 길을 이동할 때 등에 무게가 실리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에 스며든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거리두기 없는 설을 맞이했다. 간만의 자유로운 연휴에 들뜬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이런 때일수록 건강에 소홀해지기 쉽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쁜 마음을 몸이 따라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에도 건강에 유의해 오랜만의 자유로운 여행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하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