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형제의 연 맺은 무함마드, 대통령 돼 윤과 우의 결실
한국·UAE 어떻게 형제국 됐나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격려하면서 한 말이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나라”로 평가하며 찬사와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란 말도 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형제’ ‘신뢰’ ‘핵심 파트너’ 등 미사여구를 총동원하면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중동의 산유국인 UAE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걸프만의 UAE와 동북아의 한국은 7000㎞가 넘는 공간적 거리와 이질적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어떻게 형제국이 된 것일까.
이런 인연을 갖고 있는 MB는 자신이 뿌린 씨앗이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으로 결실을 거둔 것에 대해 크게 반겼다는 게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의 전언이다. 이 상임고문은 “이 전 대통령이 300억 달러 투자 유치를 듣고 기뻐했다”며 “MB가 ‘당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크부대를 창설하길 참 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크부대는 UAE에 파견된 한국군 부대다. ‘아크’는 아랍어로 형제란 뜻이다.
현재 양국 간 협력은 기대 이상의 윈-윈(win-win)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은 바라카 원전 등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UAE는 경제 분야 외에도 한국군 부대가 자국에 주둔함으로써 안보상의 이익도 챙기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양국 관계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경험이 사막의 기적을 만들어가는 UAE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부터 윤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빠짐없이 UAE를 방문하고 있다. 미·중·일·러 등 주요 4대 강국이 아닌 특정 국가를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빠짐없이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국 관계도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2006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2009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2018년)’로 지속적으로 격상됐다.
일각에선 UAE가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얼마나 될까 하는 시각도 있다. 비밀군사협약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당시 급변하는 중동 정세와 맞물려 필연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당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중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동보다 아시아를 중시하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펼쳤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안보를 의존했던 UAE의 입장에선 군사력 강화와 함께 동맹의 다변화가 절실했다. 이때 한국이 원전 건설을 계기로 새로운 안보협력 파트너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2011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인해 중동 일대가 혼란에 빠졌을 무렵, UAE는 주변국 위주의 외교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필요로 했다. 국제적인 ‘중추 국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중동 지역 내 협력만을 추구할 경우 안정적인 국가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파트너로서 가장 적합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UAE 입장에서는 원전 건설 못지않게 국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한국과 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일거양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양국 간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UAE는 한국이 중동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처음이자 유일한 나라다. 그동안 원전과 아크부대에 한정됐던 협력관계를 우주, 수소, 방위산업, 해양 분야 등 다방면으로 확대해 탈석유 시대의 미래 동반자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