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제품 취급금지에 6개월 계약 강요?…공정위, 지평막걸리 갑질 의혹 조사

일부 대리점주들 신고로 공정위 조사
지평주조 "부득이 조치... 불이익 없어"

지평주조 주력 막걸리 제품들. 홈페이지

‘지평막걸리’ 제조사인 지평주조 대리점주들이 '6개월 공급계약 강요'와 '타사 제품 취급 시 계약 종료' 등 본사의 갑질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지평주조는 "6개월 공급계약은 부득이한 조치이고, 타사 제품 취급 금지에 대해 불이익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대리점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20일 지평주조 대리점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평주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대리점주인 A씨는 지난달 “지평주조가 타사 제품을 취급하지 말라고 통보하고, 이를 어길 시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했다”며 “지평주조가 불공정 계약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신고했다.

또다른 일부 대리점주들도 “지평주조가 지난해 9월 국순당 생막걸리 등 다른 제품은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이를 어기면 대리점 출고가를 병당 150원씩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대리점주들은 “대리점 수익의 20~30%를 차지하는 타사 제품을 일방적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건 대리점 손실을 무시한 갑질”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조항은 애초 물품 공급 계약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물품 공급 계약기간도 논란이다. 지평주조는 올해 초 계약서를 갱신하면서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별다른 통지가 없으면 기간 만료 뒤 계약이 자동 종료되는 조항도 담겼다. 물품 공급 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을 6개월로 하고, 당사자 간 별도 통지가 없으면 본계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1년 이내에 3회 이상 'D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평가 조항도 신설했다.

지평주조가 대리점주들과 체결한 물품 공급 계약서.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조용빈 변호사는 “주류유통 대리점은 냉동 창고 등 시설투자가 불가피해 6개월짜리 단기계약서는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례”라며 “타사 제품 취급 금지 요구도 애초에 전속 유통대리점이 아니기에 불공정한 요구”라고 말했다. 일부 대리점주에게는 명절 때 본사에 선물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평주조 본사 관계자는 “계약기간을 6개월로 줄인 건 신제품 출시 때마다 공급단가 등을 다시 쓸 수 없어 부득이하게 단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회사 제품 판매 금지 요구에 대해선 “일부 영업사원이 지평 막걸리 판매에 더 신경써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이고 불이익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925년 설립된 지평주조는 2010년 3세 경영이 시작된 뒤 도수를 낮춘 ‘지평 생 쌀막걸리’를 출시하면서 2021년 기준 매출이 400억 원을 넘는 등 국내 막걸리 시장점유율 상위업체로 급성장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