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부모님 용돈 얼마 드려야하나요"
"3만 원권 만들어야" 우스갯소리도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다가오는 명절이 부담스러운 이들도 많아졌다. 물가는 치솟고 대출 금리도 오르는 가운데 부모님께 드릴 용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다는 A씨는 양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넉넉지 않은 벌이에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그래도 첫 설인데 10만 원을 드리자니 너무 적은 것 같고 30만 원을 하자니 부담이 된다. 이런 생각 하는 게 죄송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B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월급은 똑같은데 지출되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통장은 점점 마이너스”라며 “마음 같아선 부모님께 넉넉하게 용돈을 드리고 싶지만 당장 다음 달 생활비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뒤 3년 만에 맞는 대면 설 연휴임에도 시민들은 연휴 기간 지출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소비자물가 지수는 5.1%로 ‘IMF 사태’(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역시 명절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 용돈 외에도 조카들의 ‘세뱃돈’을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아직 미혼이지만 조카만 4명을 두고 있다는 C씨는 “1만 원을 주자니 너무 적은 것 같고 5만 원을 주자니 너무 부담된다”며 “이번에 초등학교 올라가는 조카도 2명이 있는데 대체 얼마를 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안 줄 수도 없고 해가 갈수록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뱃돈 지출이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3만 원권 발행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가수 이적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3만 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며 “1만 원권에서 5만 원권은 점프의 폭이 너무 크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만 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 봐 호기롭게 5만 원권을 쥐여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 원권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명절 비용 중 세뱃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1035명을 대상으로 ‘설날 경비’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올 설 연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비는 평균 54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세뱃돈 예산은 16만 4000원에 달했다. 특히 미혼 직장인의 평균 예상 세뱃돈은 12만 3000원이지만 기혼 직장인은 28만 3000원으로 미혼의 경우보다 16만 원 더 많았다.
과거부터 이어 온 세뱃돈 문화가 지금도 여전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6044명을 대상으로 ‘적당한 세뱃돈 금액’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3%가 세뱃돈 적정선으로 “5만 원”을 꼽았다. 이어 29%가 “안 주고, 안 받겠다”고 답해 세뱃돈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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