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입', 이재명 수사 '분수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본격화 ...검찰,'키맨' 김성태 구속
쌍방울 핵심에 이 대표 주변 인물도...대장동 수사의 데자뷔?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해외도피 8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이 20일 새벽 구속됐다. 김 전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6가지. 4500억 원 배임 혐의와 100억 원대 횡령, 허위공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선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본격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김 전회장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이 대표 측과의 관계, 연락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김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다는 입장이다.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를 사 입은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쌍방울 그룹 내부의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김 전 회장의 회장 시절 그룹 비서실장을 맡았던 쌍방울 전직 임원 A씨는 법정에서 배치되는 진술을 한다.
지난 17일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가까운 관계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이날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증인은 당시 조사에서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 날 모 방송사와의 통화에서는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직접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을 보거나, 김 전 회장에게 두 사람 관계를 들은 건 아니었다"고 한 발을 뺀다.
김 전 회장도 검찰조사에서 일단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와 증거인멸교사, 대북 송금 등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는 대목도 개연성에는 힘을 실어준다. 그동안 드러난 정황을 보면 두 사람이 정말 모른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둘 사이가 가까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A씨의 법정 진술이 보다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고있다.
실제 이 대표 주변 인물 상당수도 쌍방울그룹과 연관되어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던 사람은 2019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이 대표의 지난 대선 캠프에도 참여했다. 같은 사건의 또 다른 변호사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출신이다. 쌍방울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그래서 불거진 것이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도 발탁되기 전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렇게 얽힌 관계인데 ‘모른다’고 주장한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어도 깊은 관계일 수 있고, 얼굴을 보았어도 특별한 관계가 아닐 수 있다. 이른바 ‘모른다’와 ‘가깝다’의 진실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의 수임료를 쌍방울 측에서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한다. 이 대표는 자비로 3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으나 2021년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불기소 결정문에서 "(수임료가) 통상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 소액"이라며 대납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이다.
다른 핵심인물인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 모 씨는 지난달 초 태국에서 체포됐지만,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해 아직 현지에 있다. 김 전 쌍방울회장의 최측근으로 해외로 함께 도피했던 수행비서 박 모 씨도 19일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공범 관계에 있는 측근들 모두와 동반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로 동반 도피한 5명 중 김 전 회장, 양선길 회장, 전 재경총괄본부장, 수행비서 박 모 씨 등 4명은 검거됐다. 검찰은 김씨의 조속한 귀국을 종용하고 있고 김 전 회장의 조카이자 비서였던 서 모 씨도 쫓고 있다. 진실의 퍼즐 맞추기는 이들의 입과 물증에 달려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자연스럽지않은 동시 '모르쇠'는 검찰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의혹 사건 수사 초기와 많이 닮아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 유동규 씨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가 내밀한 내용인 "유 씨 극단적 선택 시도" 등을 말했다가 ‘모르쇠’에 결정적(?) 의혹을 남겼다.
이번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의)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핵심인물인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일당’들의 대응도 각자의 이익에 따라 확연히 나뉘는 대목도 비슷해 보인다. ‘몰라요’ ‘친하다네요’ ‘한국송환 거부해요’ ‘도망갈래요’ 등 다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사과정에서 일부 증거들이 드러나면 이 대표 쪽과 검찰 쪽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얘기도 적지않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의혹은 해를 넘기면서 김만배씨를 제외한 유동규 남욱 정영학 씨가 일제히 이 대표를 궁지로 몰아갔다. 수사도 김용 정진상 최측근의 구속에 이어 이 대표의 소환까지 와있다. 이 대표도 28일 출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관련자들이 한국으로 모두 소환되면 수사에는 탄력이 붙겠지만 검찰이 결정적 증거가 찾지 못하면 진실규명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 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진실 규명의 핵심은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의혹 수사처럼 핵심인물 중심으로 집중수사가 될 수밖에 없고 핵심인물의 주변수사도 강화하는 게 상식이다. '키맨' 김성태가 '모르쇠'인 김만배나 정진상의 길로 갈지, 아니면 '이대표 저격수' 유동규 남욱의 길로 갈지가 수사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bien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은막의 큰 별 윤정희, 알츠하이머 투병 중 별세...향년 79세
- 월 10만원 지갑 연 카타르…중동·서남아시아에 부는 K게임 열풍
- [TF초점] 롯데 3세 신유열, 사업장 점검 '시동'…경영 수업 '가시화'
- 한동훈 "이재명 혐의 많은 게 검찰 탓인가"
- '8개월 해외 도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구속
- 카카오 미래 먹거리 준비 '착착'…'비욘드' 전략 속도붙나
- 작년 상위 10대 건설사 사망자 22명…HDC현대산업개발 '최다'
- 서울시, '집단감염 원인 제공' 신천지 상대 소송 패소
- 발로 뛴 총수들 '세일즈 외교', '엑스포 홍보' 모두 빛났다
- '벌꿀' 들고 MB 예방한 안철수 "당 분열 굉장히 우려하신다" [TF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