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제가 왜 졌나요?”…판결 이유도 모르는 소액심판
[KBS 춘천] [앵커]
민사사건 가운데 소송가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을 소액사건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의 경우, 판결을 내릴 때 왜 그런 판결이 나왔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청초 기자입니다.
[리포트]
소액사건 판결문들입니다.
먼저, 손해배상청구소송입니다.
판결은 기각.
그 이유는 단 두 줄, "증거 부족"입니다.
이조차도 없는 판결문도 있습니다.
밀린 임금 500만 원을 달라는 사건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게 다입니다.
이유를 쓰는 칸 자체가 없습니다.
소송 당사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별님/변호사 : "판결 이유가 기재되어 있어야 항소 여부도 결정할 수가 있고, 항소심에서 쟁점을 더 분명하게 다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무성의한 판결문은 유독 소액사건에서만 등장합니다.
다른 소송 관련 법들은 판결 이유를 반드시 밝히도록 돼 있는데, 소액사건심판법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예외조항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달지말지가 판사의 마음이란 겁니다.
결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받아야 할 법률적 혜택이 어떤 재판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춘천지방법원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사건이더라도 자세한 판결 이유가 적힌 A4용지 6장짜리 판결문을 내놓기도 합니다.
[정문식/춘천지방법원 부장판사 : "본인이 어떤 이유에서 패소하시고 어느 정도 패소하시고, 구체적으로 아셔야 승복을 하실 수 있으니까 가급적 자세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다 이렇게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사들은 하소연합니다.
춘천지법만해도 1년에 다루는 소액사건이 1,500여 건에 달하는데, 담당판사는 단 1명뿐입니다.
365일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해도 매일 4건씩 판결문을 써야하는 셈입니다.
KBS 뉴스 이청초입니다.
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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