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정희 투병 끝 별세…영화계 애도 물결
[앵커]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조그만 들꽃의 아름다움에도, 눈물 흘리는 소녀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했던 배우 윤정희 씨가 긴 투병생활 끝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화가 곧 삶이었던 배우 윤정희의 40여 년 연기 인생을 김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1967년에 개봉한 영화 '청춘극장', 무려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에 발탁된 윤정희는 영화가 그해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릅니다.
한해 40여 편에 출연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고, 각종 영화제에서 25차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습니다.
연기 일생 절정기에 돌연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고, 유명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결혼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뿌렸습니다.
그 뒤론 줄곧 파리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윤정희/배우/2010년 인터뷰 : "그 많은 삶을 제가 살 수가 있잖아요. 얼마나 재미있어요. 나 혼자인데 이 한 몸으로 정말 100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그것 참 재미있다고요."]
1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시'에 본명인 '미자'로 출연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 배우 윤정희.
이후 10년 넘게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파리 현지시각으로 19일 오후 5시 향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 백건우 씨는 윤 씨가 딸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며, 생전의 뜻에 따라 장례는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배우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는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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