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윤 대통령께 사과”…‘친윤’ 공격에 한발 물러나

잠행 사흘 만에 공개 입장문 내
지지율 하락에 ‘반윤 탈피’ 절실
출마 결정 전 ‘민심 떠보기’ 평가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사진)이 20일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 의원들의 공격에 맞서다가 한 걸음 주춤한 모습이다.

‘반윤’ 프레임을 일소하는 한편,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설 밥상머리 민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설 기간 동안 민심을 떠보려는 ‘간보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 여러분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성공적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힘이 되는 그 길을, 당원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출마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나 전 의원 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은 “출마와 관련된 스탠스 변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밤 서울 자택 앞에서 메시지를 낸 이유를 묻자 “제 진심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출마 여부 질문엔 “출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의힘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것, 이 두 가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계획은 어떻게 조금 더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사과는 당내 ‘반윤’ 프레임에 고개를 숙인 것으로 해석된다. 직전까지 나 전 의원은 자신을 향한 공격에 맞섰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직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윤 대통령의) 순방 직전, 대통령의 등 뒤에 사직서를 던진 것은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론전 해 보겠다는 속셈 아닌가”고 하자,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이즈음부터 지지율 하락 위기를 맞았다. 14일 리얼미터는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제치고 당 지지층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조사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이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하며 파장이 더 커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이 나 전 의원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공개 면박을 줬다. 초선 의원 50명이 나 전 의원 비판 성명을 냈다. 나 전 의원으로선 ‘반윤’ 프레임 탈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사과는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고 설 연휴 동안 민심 동향을 탐지하려는 행보로도 보인다. 사과 이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될지, 반등세가 나타날지 살펴 출마 여부를 정할 가능성이 있다. 나 전 의원은 현재까지 출마·불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 귀국 이후 출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침잠 모드로 있는 것은 대통령께서 경제 국익 외교로 분주하신데 누가 안 되기 위해서, 얘기만 하면 공격을 하니 조용히 있으려는 것”이라며 최근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 및 친윤 의원들의 공격을 에둘러 비판했다.

나 전 의원 출마 여부에 대해선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설 연휴 기간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이후 보수의 상징적 장소(에서 하는 것을 검토 중)”라며 출마 선언 시기·장소도 언급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