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붕어빵을 사러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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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붕어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쌀집에서 진열해놓은 소금이 종류별로 굵기가 다르다며 흥분해서 조잘거리다가 곧이어 떡집 주인이 기다란 가래떡을 도마에 올려놓고 한석봉 어머니처럼 능숙하게 칼로 써는 것을 넋 놓고 구경하느라, 오히려 내가 이제 그만 붕어빵 사러 가자고 채근해야 했다.
뜻밖의 선물을 품에 안은 아이와 함께 마침내 붕어빵 파는 곳을 발견한 것은 인형뽑기방을 나온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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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들어서자 채소 가게가 눈에 띄었다. 옳거니 하고 당근과 애호박을 샀다. 내친김에 그 옆 반찬 가게에서 갓 구운 김을 사고 그 앞 과일가게에서 특가로 판매하는 딸기도 샀다. 아이는 아이대로 쌀집에서 진열해놓은 소금이 종류별로 굵기가 다르다며 흥분해서 조잘거리다가 곧이어 떡집 주인이 기다란 가래떡을 도마에 올려놓고 한석봉 어머니처럼 능숙하게 칼로 써는 것을 넋 놓고 구경하느라, 오히려 내가 이제 그만 붕어빵 사러 가자고 채근해야 했다.
우리는 붕어빵 찾아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인형뽑기방이었다. 교복 차림의 여학생 셋이 깔깔거리며 인형을 뽑고 있었다. 학생들은 초반에 몇 번 실패했지만 금세 줄줄이 인형을 뽑았다. 아이가 저도 해보고 싶다고 나섰다. 우리는 한 판씩 번갈아 가며 스틱을 쥐었다. 순식간에 5000원을 잃었다. 별안간 아이가 저도 인형 뽑고 싶다며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는 다음에 다시 오자고, 그때는 꼭 뽑자고 달랬다. 소용이 없었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붕어빵도 못 사러 가겠다고 겁을 주었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울었다.
그때였다. 저기요, 이거 아이 주세요. 언제 다가왔는지 여학생 하나가 토끼 인형을 내밀었다. 아이고, 아니에요. 괜찮아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지만 학생은 자긴 필요 없다며 아이에게 토끼 인형을 안겨주었다. 금세 헤벌쭉 웃음 짓는 아이 옆에서 내가 계속 곤혹스러워하자 다른 여학생이 웃으며 거들었다. 진짜 가지셔도 돼요. 저희는 인형이 갖고 싶어서 뽑은 게 아니라 그냥 인형 뽑는 게 재밌어서 뽑은 거예요.
뜻밖의 선물을 품에 안은 아이와 함께 마침내 붕어빵 파는 곳을 발견한 것은 인형뽑기방을 나온 직후였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하필이면 재료가 방금 다 떨어져서 오늘은 장사를 그만 접는다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 엄마. 나는 붕어빵 먹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그냥 붕어빵 사러 다니는 게 재미있어서 온 거야. 역시, 아이들은 금방 배운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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