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모교 간 尹 “양자과학이 미래기술 핵심”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찾아 귄터 디세르토리 부총장 등 양자(量子) 과학 분야 석학들과 대화했다. 윤 대통령 스위스 방문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양자 석학 간담회 지시에 따라 순방 계획 마지막 단계에서 스위스 일정을 하루 늘렸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자 과학기술은 국가 미래 전략 기술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양자 과학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양자 기술을 경제성장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기술로 인식하고 집중 육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양자 과학 분야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취리히 공대 석학들의 조언을 들었다. 이후 배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인력 지도’를 그려서 잘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 후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장관은 “암호 문제나 재료 탐색 등 양자 기술은 미래 산업뿐 아니라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어떻게 인재를 양성할지 좀 더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양자 연구진이 700명에 이르지만 국내는 200~300명에 그친다. 이 장관은 “정밀하게 스위스 측과 협의도 해서 필요한 예산을 세밀하게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1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하고 스위스로 이동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리히 공대 방문 일정을 끝으로 6박 7일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공군 1호기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초 올해 첫 해외 순방을 준비하면서 19일 오전 스위스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양자 과학기술은 우리가 반드시 키워나가야 할 기술”이라며 취리히 공대 방문 일정을 순방 직전에 추가했고, 이 바람에 귀국 일정도 하루 늦춰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참모진 검토 단계에선 취리히 공대 방문이 불확실했는데 윤 대통령이 지시해 막판에 일정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열린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 때도 참모진은 대통령의 영상 축사를 검토했지만,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인들을 직접 만나겠다”면서 참석하는 쪽으로 일정을 바꿨다고 한다.
취리히 공대는 아인슈타인의 모교이자 노벨상 수상자 22명, 수학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필즈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한 세계적 명문 공대로 현재 세계 양자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자 과학기술에 국가 역량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구상”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취리히 공대의 귄터 디세르토리 부총장, 안드레아스 발라프 양자센터 소장, 클라우스 엔슬린 국가양자과학기술연구역량센터장 등은 양자 기술 분야 석학이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적 기반 기술이 된 퀀텀 사이언스와 관련해 국내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고, 각국의 큰 관심이 양자 기술에 모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올해를 양자 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국내 연구자를 양성하고 연구·인적 교류 등 국제 협력을 적극 추진하라”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미래 국가 전략 기술의 하나로 이 퀀텀 사이언스를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주신 고견이 우리 양자 기술 정책에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취리히 공대 석학들의 의견은 정부가 수립 중인 ‘국가 양자 전략’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 후 이 장관은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별도 브리핑을 열었다. 이번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장관 8명 중 한국 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한 것은 이 장관이 유일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리히 공대 도서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이 대학 학적 기록, 노트, 동료와 주고받은 서한 등을 살펴보고 “대한민국 양자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20일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정리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 한국의 중요한 한 주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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