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 돼?” 하면서…매번 종말론에 귀 쫑긋하는 당신 [Books]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노윤기 옮김, 포레스트북스 펴냄
종말론이 주기적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그 서사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대체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종말론의 서사는 가장 설득력 있는 서사 중 하나에 속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현혹된다.
하지만 종말론의 정확도는 하늘의 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보다도 낮을 정도로 맞추기 어렵다. 오늘날에는 예측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쌓이면서 과학적으로 종말론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종말론에 대한 수많은 예측의 정확도는 현재까지 0%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 짜여진 서사에 마음을 빼앗긴다. 서사에 기반한 추론이 오류가 많다는 점을 알지만, 태생적으로 인간은 엄격한 분석보다 자기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한다.
투자이론가이자 역사가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과거 투자 세계에 입문하기 전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며 분석한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군중의 망상’을 집필했다. 돈과 종교에서 비롯한 욕망과 광기의 역사를 조명하며 인류사에서 이어져 온 인간의 나약함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광기에 쉽게 물드는 인간의 특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는 인간이 모방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누구나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고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주변에 영향을 받는다. 지난 수년간 사람들은 특정한 날짜에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다. 한때 튤립에 투자하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번지며 꽃값이 급등한 이야기는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두 번째는 인간이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이다. 신경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사건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한다. 그 패턴은 매혹적이어서 견고한 사실과 객관적인 자료를 외면하게 만든다. 세상의 종말이나 힘들이지 않고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가장 매혹적인 패턴 중 하나다. 아무리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교육받았다 한들 인간은 이런 패턴에 감정이 동요되고 마음이 빼앗기는 존재다.
저자는 인간이 이같은 특성의 부정적 측면을 이겨내고 안타까운 광기의 흑역사를 재현하지 않으려면 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독립적인 분석력을 가지고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다양화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15가지 사례를 통해 군중이 내리는 집단적인 판단의 정확성은 개인이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고 행위를 하면서 판단하기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적 사례들이 반면교사가 되어 독자들이 현명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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