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대피했지만…명절 앞두고 ‘망연자실’
[앵커]
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주민들이 많습니다.
명절 음식을 물론 손주들 위해 준비한 세뱃돈도, 모두 잃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불 속'으로 뛰어든 경찰과 소방관들이 다급하게 주민들을 대피시킵니다.
["화재, 화재! 대피!"]
이미 수차례 화재를 겪었던 구룡마을 주민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이영금/구룡마을 주민 : "창문을 막 두들기면서 다니더라고요, 불났다고. 바지만 하나 입고 이것만 그냥 걸치고 나온 거죠."]
대피엔 성공했지만, 급하게 나오느라 뭐 하나 건진 게 없습니다.
타버린 세간살이들은 폐허가 된 집터에 나뒹굴고, 명절 온기를 담아내야 할 식기는 차가운 잿더미 속에 묻혔습니다.
[정말동/구룡마을 이재민 : "아무것도 못 건져내고 몸만 빠져나왔어요. 우리 집에 불이 붙어서, 홀딱홀딱 뛰었죠 뭐."]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60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망연자실한 가운데서도, 정성스럽게 마련해뒀던 설 음식이 끝내, 눈 앞에서 아른거립니다.
[김OO/구룡마을 이재민/음성변조 : "준비를 많이 했죠 어제. 시장 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 사고. 나물이랑 뭐랑 생선이랑. 그거 냉장고에 그대로 있겠죠."]
떨어져 살던 가족과 명절에 재회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일주일 머물 임시 거처로 인근 숙박업소 방이 제공됐지만 거기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습니다.
[육OO/구룡마을 이재민/음성변조 : "혼자 보내야지 어떻게 해. 애들도 못 오는데 (임시 숙소는) 불편하겠죠."]
[이영금/구룡마을 이재민 : "당장 내 몸도 거처할 데가 없는데. 명절이 어디 있겠어요. 다 타버렸는데 못 만나죠."]
강남구 자원봉사센터는 급한 대로 내일 명절 떡과 곰탕 등을 구룡마을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살림을 잃게 된 이재민들은, 입주 예정이던 임대아파트에 일정을 앞당겨 이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하정현/영상편집:김종선/화면제공: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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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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