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들었을 부모님께로”…설렘 가득한 귀성 행렬(종합)

송용환 기자 2023. 1. 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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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버스터미널 등 곳곳 북적, 귀성 정체 21일까지 계속
20일 오후 2시30분께 부산역 2층 대합실에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2023.01.20/ ⓒ뉴스1 강승우 기자

(전국종합=뉴스1) 송용환 기자 =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부모님께 가서 작은 선물을 해드리려고 한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 맞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의 기차역과 공항, 버스터미널 등에는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역은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역 2층 대합실에는 캐리어와 선물 세트 등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경기 평택시에 사는 박모씨(56)는 “회사일 때문에 평택에서 생활하는데 반차를 내고 일찍 고향 부산에 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냈을 부모님께 가서 작은 선물을 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김재형씨(43)는 “코로나로 3년 동안 가지 못한 고향에 가는 길이다”며 “마스크는 썼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고 말했다.

부산대 재학생 이모씨(22)는 “부모님이 계신 경기 화성시에 갈 예정”이라며 “학교 때문에 바빠 부모님께 연락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번 설에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고향인 부산을 찾은 사람들도 차에서 내려 도착 플랫폼을 가득 메웠다.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도 이른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민족 대명절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선물꾸러미와 가방을 양손 가득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표소 앞은 뒤늦게 남은 열차표를 예매하려는 시민들로 2~3m 가량 짧은 대기줄이 형성됐고, 어떤 이들은 무인 매표기에서 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대합실은 열차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곳곳에서 귀성객들의 웃음소리 들렸다.

한 남성 귀성객은 자신의 열차가 곧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엄마 기차 타요. 금방 갈게요”라고 말했다.

타지에서 홀로 사는 자녀를 위해 역귀성한 부모, 자녀들을 마중 나온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취업준비생 아들을 둔 서모씨(54·여)는 “아들에게 오지 말고 공부하면서 쉬라고 했다. 그래도 온다기에 예뻐서 마중을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층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지난해 설 연휴 당시 도가 나서 제주 방문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이전 풍경을 완전히 회복한 듯한 모습이었다.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이날 귀성객과 관광객들에게 삼다수와 간식을 나눠주는 입도 행사를 열었다. 또 토끼해를 맞아 토끼탈을 쓴 공항 관계자들도 귀성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특산품과 선물 꾸러미를 가득 든 귀성객들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인근 고속도로에서 귀성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이번 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번째 설 명절로 지난해보다 이동인구가 약 23%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교통정체도 한층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1.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역에서 만난 박모씨(45)는 아내, 자녀 두 명과 함께 부산으로 향하는 KTX를 기다리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고향에 내려갔는데, 3년 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갈 수 있게 됐어요. 아버지 팔순도 앞두고 있어 5남매 모두가 모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해 추석만 해도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돼야 했다. 코로나19 시기다 보니 박씨는 부산 고향으로 향하고 아내와 아이들은 경기도 처가로 흩어져 명절을 보냈다.

이번 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일찍부터 고향에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연휴 전날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박씨는 “3년 만에 모든 남매가 다 모이고 하니 괜찮은 명절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북 지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명절나기를 위해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대형마트. 소미숙씨(63)가 중량 350g 한 팩에 1만800원하는 채도라지와 데친고사리를 집어 들었다.

소씨는 “항상 집에서 고사리를 직접 데쳤었는데 이번 명절엔 먹을 사람도 별로 없다”며 “그렇다고 명절상에 안올릴 순 없으니 좀 편하게 준비하려고 한 번 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산물과 정육 코너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었다. 2마리에 1만6000원 상당인 병어를 살펴보는 한 중년 여성의 손에는 정갈한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 온 쇼핑리스트가 들려 있었다.

전통시장 역시 모처럼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께 전주 신중앙시장. 시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풍겨오는 명절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전집에서 만난 시민 손모씨(68)는 “몇 해 전에는 직접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고 나면 남은 음식은 친척들에게 나눠줬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며 “그래도 모처럼 시장에 나와 음식을 구매하니 명절이 다가온 것이 실감난다”고 전했다.

충북에서도 귀성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청주시외버스터미널과 역은 일찌감치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으로 붐볐다. 오후 1시43분 대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현모씨(55)는 “모처럼만의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 반차를 내고 일찍 고향길에 올랐다”며 “설 당일에는 눈이 온다고 해서 성묘를 미리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고속도로 귀성 정체는 밤새 이어져 2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 1시 시작된 귀경방향 정체는 오후 9~10시쯤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8시 기준 요금소 출발 기준 서울에서 지방 주요 도시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부산 5시간30분 △울산 5시간10분 △강릉 2시간50분 △양양 1시간50분(남양주 출발) △대전 3시간20분 △광주 5시간20분 △목포 5시간20분(서서울 출발) △대구 4시간30분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522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차량은 51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차량은 43만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일평균 이동인원 432만명보다 22.7% 증가한 것이다. 귀성길은 설 전날인 21일 오전, 귀경길은 23일 오후 가장 붐빌 것으로 보인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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