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만나 지령 받아… 2000년대 간첩 사건 살펴보니
덩달아 2000년대 과거 간첩단 사건에도 관심
예전엔 북한 직접 방문하고 주류 정치권 진입 시도
최근엔 지역에서 활동한 이들 위주로 포섭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을 압수수색하면서 과거 간첩단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적발된 주요 간첩단 사건을 살펴보면 2010년 전후로 간첩활동에서 큰 흐름의 변화가 포착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진 직접 북한에 넘어가 지령을 받은 뒤 조직원을 정치권 상층부에 침투시키려고 하는 등 국가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2010년대부턴 기자회견 등 상대적으로 소규모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일 경찰과 국정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민주노총 본부 국장급 간부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지난 18일 민주노총 사무실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피의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조직국장을 포함해 보건의료노조 간부, 금속노조 간부, 제주도 세월호 활동가 총 4명이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조직국장의 경우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했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공안당국이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제주 지역의 ‘ㅎㄱㅎ(한길회로 추정)’나 창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조직된 것으로 의심받는 ‘자주통일 민중전위’와는 별도 사건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김일성 만나…정치권 진입 시도하기도
최근 간첩 수사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과거 발생한 간첩단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적발된 주요 간첩단 사건으로는 △일심회 사건(2006년) △왕재산 사건(2011년) △청주 간첩단 사건(2021년‧재판 중) 등이 있다.
장씨는 재판에 넘겨져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당시 법원은 일심회에 속했던 장씨 등의 행위에 대한 이적성을 인정했다. 다만 일심회에 대해선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직적 결합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법원은 왕재산 조직에 대해서도 일심회와 마찬가지로 반국가단체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일심회 사건와 왕재산 사건에서 보듯 1990년대 시작된 간첩 사건은 북한에 직접 들어가 지령을 받고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등 국가 기반에 위협이 될 만한 활동을 주로 수행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0년대 이후 바뀌기 시작한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과 북한 경제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북한에 직접 가서 지령을 받고 공작금을 타는 경우는 드물어지고 캄보디아나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북한이 국내 주요 인사를 포섭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노동계 인사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이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적발된 청주 간첩단 사건이다.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위원장인 손모(49)씨 등은 청주 지역에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운동 등을 한 지역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북한 지령을 받아 활동하면서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난 뒤 지령문·보고문 84건을 암호화 파일 형태로 공작원과 주고받고 충북 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하기 위한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국정원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제주도의 ‘ㅎㄱㅎ’도 제주도 진보정당의 한 간부가 만든 조직이다. 이 간부가 속한 정당은 제주도의회 원내정당이 아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