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급전대출' 명함의 유혹…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들에게 명절 대목이란 말이 옛말이 된 지도 꽤 됐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빌린 돈은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쉬지 않고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못 버티겠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건물 곳곳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임대' 딱지가 붙었습니다.
[강신기/철거업체 대표 : 식당도 있고 뭐 술집도 있고. 요즘에 손님들이 없으니까.]
폐업한 가게를 정리하는 업체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한눈에 봐도 많은 집기가 쌓여있습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보관했을 냉장고도 보이고, 시래기와 도라지를 팔았던 한 반찬가게의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이 온장고엔 새로 개업했다는 한 찜닭집 전단지가 붙어 있는데요.
하지만 이젠 주방이 아닌 이 창고에 놓여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약 20%로, 1963년 통계를 내기 시작된 후 가장 낮습니다.
저녁 시간이지만 거리가 한산합니다.
이 식당도 유리문 너머로 손님이 보이지 않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들어보겠습니다.
[고깃집 사장 : 밖에서 보시지 않았어요? 엉망이지만 보세요. 텅텅 비었지.]
27개 테이블 중 손님은 딱 한 팀입니다.
대출로 버텨왔지만, 이젠 막다른 곳까지 왔습니다.
[고깃집 사장 : 카드론 같은 거 돌려막기 식으로… 폐업하게 되면 갚아야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야.]
다른 가게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피자집 사장 : 자영업자를 위한 저리 대출 코로나 때 시행했던 거. 근데 이제 갚을 때가 되니까 매출이 올라와야 되는데…]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은 1014조 원.
사상 처음 1000조를 넘겼습니다.
2019년에 비해 300조 원 급증한 수치입니다.
특히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서민들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한 시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까 이런 각양각색의 명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급하신 분 환영' 또는 '자영업자 100% 대출' 그리고 '30분 바로 대출' 같은 문구가 눈에 띕니다.
직접 전화해 보니, 이자가 법정 기준인 연 20%를 훌쩍 넘어 475%에 이릅니다.
[일수 업체 : 저희 100만원부터 시작하고. (갚는 건) 하루 3만원씩 44일이요.]
[양승걸/과일가게 사장 : 급하니까 안 쓸 수가 없어요. 은행에서 안 되니까 다음 금융권, 더 안 되면 또 저금융권…]
인건비라도 아끼려 혼자 몸으로 버팁니다.
[손난영/분식집 사장 : 내 몸이 이제 남아나지 않는 거지. 몇 년 전에도 아파서, 스트레스받아서…]
[백반집 사장 : 여기서 내가 이제 생활을, 여기서 잠을 자고 하니까. 얘기하지 마. 괜히 눈물 나오니까…]
가장 힘든 건, 하루를 버텨도 내일이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단 겁니다.
[이채연/한식집 사장 : 정말 눈 뜨면 가게, 끝나면 집. 그렇게밖에 살아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벌지도 못하고…]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갚는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합니다.
[잡화점 사장 : 내가 종합소득세를 안 냈어, 부가세를 안 냈어? 다 냈는데 이게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못 버티겠어요. 취재진이 만난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가자 찾아온 고금리, 고물가 한파.
자영업자들의 눈물 속에서 서민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황의연 /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인턴기자 : 이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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