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반윤 프레임’ 털고 ‘당심’ 되돌릴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석열)’ 의원들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맞서다가 한걸음 주춤한 모습이다. ‘반윤’ 프레임을 일소하는 한편,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설 밥상머리 민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설 기간 동안 민심을 떠보려는 ‘간보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 여러분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성공적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힘이 되는 그 길을, 당원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 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출마와 관련된 스탠스 변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밤 서울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시지를 낸 이유에 대해 “저로서는 제 진심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자 “출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의힘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것, 이 두 가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기간 계획은 어떻게 조금 더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이날 사과는 당내 ‘반윤’ 프레임에 고개를 숙인 것으로 해석된다. 직전까지 나 전 의원은 자신을 향한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직후 공박이 한 사례다.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직전, 대통령의 등 뒤에 사직서를 던진 것은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론전을 해 보겠다는 속셈 아닌가” “유승민·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공격하자,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이즈음부터 지지율 위기를 맞았다. 지난 14일 리얼미터는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제치고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 1위가 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차범위 이내였지만, 이후 조사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이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하며 파장이 더 커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내놓고 면박을 줬다. 초선 의원 50명이 나 전 의원 비판 성명을 냈다. 나 전 의원으로선 지지율 회복을 위해 ‘반윤’ 프레임 탈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사과는 윤 대통령과의 충돌로 빚어진 지지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고 설 연휴 동안 민심 동향을 탐지하려는 행보로도 보인다. 사과 이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될지, 반등세가 나타날지 살펴 출마 여부를 정할 가능성이 있다. 나 전 의원은 현재까지 출마·불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힌 적이 없다. 출마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귀국 이후 출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 전 의원은 해임 시점인 13일부터 현재까지 ‘잠행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침잠 모드로 있는 것은 대통령께서 경제 국익 외교로 분주하신데 누가 안되기 위해서, 얘기만 하면 공격을 하니 조용히 있으려는 것”이라며 최근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 및 여당 친윤 의원들의 공격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대해선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특히 “설 연휴 기간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이후 연휴가 끝나고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하는 것을 검토 중)”라며 출마 선언 시기·장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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