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하나 잘못 써서"…못 찾은 한국 전쟁 실종자만 12만 명
<김지욱 기자>
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되는 올해.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전사자의 유해는 약 12만여 구나 됩니다.
지난해 10월, 72년 만에 형을 찾은 지석진 씨는 그간 국방부의 실수로 형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과연 어떤 사연인지 취재해보겠습니다.
지난 1949년, 6살 꼬마였던 지 씨 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던 세 형은 나란히 군에 입대했습니다.
곧바로 한국전쟁이 터졌고 아무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첫째 형은 주검이 돼 현충원에 묻혔고, 둘째 형과 셋째 형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어머니는 물론 지 씨도 두 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지석진/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 : (어머니가) 점을 많이 보러 다니셨어요. 살았나 죽었나.]
[유선희/지석진 씨 아내 : 병무청에 한 번 갔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이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보훈처에서도 '그런 분이 사망자 명단에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그랬고.]
그러던 지난해 10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한국전쟁 유가족 찾기 사업에 지원한 지 씨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충원 안장자 명부에 '심석민'이라고 쓰인 이름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바로 둘째 형 지석민 씨라는 겁니다.
[한용락/충북 청주시 운천신봉 동대장 : 지석민 어떤 이름으로 쳤을 때는 안 나왔습니다. (어르신께 '심'으로 검색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한 번 바꿔서 해보자 하는 개념으로 입력했는데 (이름이) 나왔습니다. 너무도 황당했습니다. 쉽게 이렇게 나올 줄이야.]
전쟁이 끝난 뒤 현충원에서 수기로 이름을 옮기다 한자성 '지'자가 비슷해 보이는 '심'자로 잘못 적혔습니다.
[지석진/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 : 그러니까 기가 막힌 게 그것 때문에 미치겠는 거예요. 환장한 일이 아니야 이게.]
지 씨는 현충원으로 가 DNA 검사와 호적 등본 비교 절차를 진행한 끝에 '심'석민이라는 이름으로 안장된 형을 확인했습니다.
[지석진/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 : 너무 미안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 뭐. 국가의 실수로 이렇게 70년을 혼자 계셨다는 거 아니야.]
현충원은 사과와 함께 비석 교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새롭게 세워진 비석인데요.
지 씨의 형은 바뀐 성으로 1954년부터 70년간 이곳에 묻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둘째형은 간신히 찾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셋째 형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마음이 먹먹하기만 합니다.
[지석진/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 : 72년을 여기 혼자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첫째)형님한테만 다니셨지 않았습니까. 그때 '어머니, 나 여깄어요'라고 소리 한 번 질러보시지 그러셨어요.]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신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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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지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왜 이런 일 생겼나?
[김지욱 기자 : 각종 명부 등을 수기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기록들이 이렇게 생기고 있는 건데요. 지 씨의 사례만 보더라도 명부마다 이름이 다 다릅니다. 매장, 화장자 명단 보고서에는 한글로 '심성민'이라고 적혀 있고, 전사자 명부에는 한자로 '지석민', 맞는 이름이죠. 하지만 괄호 치고 '심'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또 현충원 안장 명부에는 한글로 '심석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은 이제 모두 전산화가 이루어져서 실종자 유해 찾기에 활용이 되고 있지만, 원자료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 집에서 부르는 이름과 또 호적상 이름, 병적 상 이름이 각각 다른 경우가 많아서 혼선이 생기기도 합니다.]
Q. 가족 못 찾은 유해, 해결책은?
[김지욱 기자 : 한국전쟁 동안 발생한 약 16만 명의 전사자와 실종자 가운데 75%인 12만 명은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2000년부터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해서 1만 3천여 명의 유해를 발굴했는데, 가족을 찾은 것은 200여 명에 불과합니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혼선이 생기는 일도 확인된 만큼, 국방부에서는 전수조사 등을 통해서 자료 오기를 적극적으로 좀 찾아낼 필요가 있겠고 유가족 입장에서는 지석민 씨의 사례처럼 비슷한 한자나 이름 등을 대입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신세은)
김지욱 기자wo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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