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만배 지분 절반 받는 것 보고 받고 승인했다”

김정환 기자 2023. 1. 20. 2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 대장동 일당 공소장에 적시
“유동규, 2014·2015년 정진상 통해 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10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가 ‘대장동 사업 관련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승인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대장동 일당’ 공소장이 20일 공개됐다.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이 같이 말했고, 유동규씨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하자 이 대표가 승인을 했다는 게 공소장에 적시됐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처음 이 대표가 김만배씨 지분 절반을 주겠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무렵이다. 당시 김만배씨와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씨는 ‘의형제’를 맺으며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이 무렵 김만배씨는 유동규씨에게 “대장동 사업 관련 내 지분 절반을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유씨는 정진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 대표가 ‘김만배 지분 절반’에 대해 추가로 보고 받은 것은 2015년이다.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은 2015년 4월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당 이익을 김만배씨 49%,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25%,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16%, 대출 브로커로 알려진 조우형씨 7%, 배성준 전 기자 3%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했다.

이후 김만배씨는 유동규씨에게 다시 한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에 자신의 지분 절반 가량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김씨는 또 향후 진행될 대장동 사업 이익 배당 과정에서 이재명 시장 측 지분에 상응하는 구체적 금액이 확정되면 그 금액을 주겠다는 계획을 유동규씨에게 설명했다. 유동규씨는 정진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 대표의 승인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검찰이 대장동 일당 공소장에 적시했다.

대장동 일당은 2019년부터 대장동 택지 개발 이익을 배당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대선 정국이 됐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내 경선 자금이 필요하던 시기다.

이에 정진상·김용·유동규씨는 2020년 9월~2021년 2월 여러 차례 김만배씨에게 “약속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만배씨는 “내 지분(약49%) 절반(24.5%)인 700억원 중 공통비 등을 뺀 428억원 주겠다”고 약속했다. 뇌물 수수 혐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씨의 혐의 중 하나가 김씨에게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은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이 대표는 대장동 일당의 지분 관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2014년 자신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건네받은 선거 자금과 남욱 변호사가 회사 직원들과 이 대표를 위해 운영한 댓글 부대 등을 정진상씨와 함께 유동규씨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에게 대장동 사업 특혜를 준 과정도 담겼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될 당시 “성남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을 전면 공원화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전면 공원화에 들어갈 수천억원대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눈을 돌렸고, 대장동 사업과 1공단 공원화를 묶어 개발하려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방식을 이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고도 보고 있다.

이는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구조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성남시장 혹은 후보로서 내건 ‘선거 공약’ 혹은 ‘약속’과 관련돼 있다. 이 대표는 프로축구단 성남 일화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인수했지만, 구단 운영비 등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성남시에 현안이 있던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돕는 등 대장동 사업을 따내려는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측의 유착 관계를 바탕으로 이 사업은 시작됐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민간 컨소시엄에 건설사 배제하고, 성남도개공은 대장동 사업에서 ‘확정 이익’ 1822억원만 가져가며,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한 심사를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사업이 시작된 뒤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 아파트 개발이 예정돼 있었던 1공단을 두고 개발업자가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성남시가 패소를 한 일도 있었다. 대장동 일당은 해당 소송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장동 일당은 애초 이 대표가 설계했던 ‘대장동·1공단’ 결합 개발에서 대장동과 1공단을 분리 개발하자고 이 대표 측에 청탁했다. 유동규씨가 이 대표와 정진상씨에게 이를 보고했고, 결국 이 대표는 1공단 분리 개발을 승인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가까운 서판교터널 개설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가, 대장동 지역에 대한 수용 보상 가액 산정이 마무리될 무렵인 2016년 11월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역시 대장동 일당의 택지 분양 수익을 위해 이 대표가 힘써준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터널 등 교통 편의는 부동산 가격에 호재로 작용한다.

검찰은 ‘이재명 성남시’와 유착된 대장동 일당이 약 4054억원의 택지 분양 이익을 봤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아파트 분양 이익으로는 약 3691억원을 얻었고, 김만배씨는 자산 관리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약 141억원도 벌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총 7886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