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솜' 판잣집 다닥다닥…99년도부터 화재 발생만 30건

연지환 기자 2023. 1.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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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룡마을은 지난 25년간 최소 서른 번 넘게 불이 났습니다. 1년에 한 번 이상씩 불이 난 셈입니다. 작은 마을에 왜 그렇게 불은 자주 났고, 또 반복됐는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난 불은 이렇게 수십 가구를 태우고서야 꺼졌습니다.

이곳에서 왜 화재가 끊이지 않는지, 직접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스통이 시커멓게 변해버렸습니다.

벽은 무너져 내렸고,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A씨/구룡마을 주민 : {여기는 왜 불나면 다 같이 타버리는 거예요?} 여기는 집이 이렇게 다 붙어있잖아. 붙어갖고 이렇게 탈 수밖에 없잖아.]

불이 번지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구룡마을 집 대부분이 이런 스티로폼 소재입니다. 단열재로 많이 쓰이는데 화재에는 취약합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지붕부터 집 전체가 이렇게 떡솜으로 불리는 솜뭉치나 비닐로 뒤덮여 있는데, 역시 불에 잘 타는 소재입니다.

잠깐 위를 보면요, 전선도 얼기설기 엉켜서 사람 머리 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집들은 양팔을 벌리기 힘들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쫓겨난 철거민 등이 모여 살기 시작한 구룡마을은 30년째 무허가 판자촌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재개발 보상과 방식을 두고 땅 주인과 지자체 등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십수 년째 관련 사업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1999년부터 이곳에서만 최소 3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2014년에는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B씨/구룡마을 주민 : 열악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이건 불연재가 아니에요. 이건 보온 덮개지 불연재는 아니에요.]

소방 당국도 불이 삽시간에 번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신용호/서울 강남소방서 행정과장 : 가연성 합판, 비닐 합판, 떡솜 등으로 화재 연소 확대가 빠른 가건물 구조라서 확대되지 않았나…]

재개발을 놓고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주민들은 대피와 복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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