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를 미리 가득 채워 두세요, 이 중 한 작품쯤은 입맛에 맞을 테니”[설 특집]

최민지 기자 2023. 1.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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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툰 <지옥사원>은 악마가 인간 몸에 빙의해 대기업에 입사하는 내용이다. 카카오 제공

모처럼 돌아온 나흘간의 연휴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명절에 맞춰 개봉한 영화,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시리즈 등 넘치는 콘텐츠로 행복한 고민 중인 당신에게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웹툰 4편을 추천한다. 지루한 고속도로 위 시간도, 오랜만에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도 이 웹툰과 함께라면 즐겁게 보낼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 노동뿐이다.

■악마가 대기업 사원이 된다면

차고 넘치는 ‘빙의물’ 가운데 돋보이는 작품이다. 카카오 웹툰 <지옥사원>은 지옥에서 온 악마가 인간의 몸에 빙의해 대기업에 입사하는 이야기다.

지옥의 최연소 엘리트 악마 ‘쿼터’는 훈련받은 ‘휴먼 다이버’다. 지옥을 굴러가게 하고 악마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불행한 인간이 뿜어내는 ‘불행 구슬’이 필요한데, 휴먼 다이브(인간 빙의)는 불행 구슬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높은 등급의 인간, 즉 경제력이나 외모, 학력 등이 높은 인간에게 빙의해 최대 다수의 최대 불행을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악마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인간계로 떠난 쿼터는 그만 인간계의 음식 맛에 빠진다. 먹기만 하다 퇴마를 당해 지옥으로 겨우 돌아온 쿼터는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인간계로 간다. 그런데 하필 다시 빙의한 인간이 한국의 ‘흙수저’ 20대 청년 고순무다. 순무의 몸에 들어간 쿼터는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 ‘선호’에 입사하고 ‘최고 등급’의 인간이 되기로 한다.

악마의 눈으로 본 인간 세계는 지옥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지옥은 철저하게 계급 사회인데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계급 사회에서 온 악마 쿼터는 그의 ‘악마적’ 능력을 발휘해 위로, 더 위로 올라가려 한다. 지옥과 악마가 자주 등장하지만 작품에는 유머러스함이 깔려 있다.

유쾌한 상상력,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귀여운 악마들은 작품에 활력을 더한다. 2017년부터 7년째 연재되고 있다.

■세상이 망한 뒤 필요한 것은

웹툰 <숲속의 담>. 네이버 웹툰 제공

열네 살 소년 담은 ‘초록손’이다. 담의 손을 거치면 시들했던 식물도 금세 다시 쌩쌩해진다. 학교는 담 전용 화단을 마련해준다. 담이 돌본 식물들은 무럭무럭 자라 온 학교를 뒤덮는다.

담의 손길이 닿으면 무엇이든 잘 자라건만 정작 담은 자라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고 학교도 졸업했지만 그는 늘 소년의 모습이다. 시간이 흘러 담의 엄마도, 동생도, 동생의 자식도 모두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났지만 담은 그 모습 그대로다. 담이 자라게 또는 늙게 하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었다.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쑥쑥 자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담을 미워하고 두려워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질린 담은 아무도 없는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애정을 쏟지 않기로 결심한다.

네이버 웹툰 <숲속의 담>은 숲속에서 혼자 지내기를 택한 담이 우연히 만난 미쉬, 플로 등과 인연을 맺으며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담이 숲속에서 지내는 동안 지구는 망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다른 행성으로 떠났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고 싸우기 바쁘다. 담과 미쉬, 플로, 율리 등 등장인물이 서로를 아끼고 돌보는 모습은 ‘세상이 망한 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동화 같은 그림체의 이 웹툰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작가 다홍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31화에 걸쳐 <숲속의 담>을 연재했다.

■집 없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만의 집

웹툰 ‘집이 없어’. 네이버 웹툰 제공

집 없는 아이들이 한집에 모여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는 갖가지 사연으로 집을 ‘잃게’ 된 청소년들이 같이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귀신 들린 집에 사는 아이’라며 괴롭힘을 당해온 고해준은 엄마가 돌아가신 후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런데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숙사 신청 기간을 놓치고 폐가나 다름없는 오랜 학교 건물에 들어간다. 이삿짐을 옮기려는데, 건물에는 이미 누군가가 있다. 갈 곳이 없어 텐트를 집 삼아 살던 또 다른 학생 백은영인데, 두 사람에겐 악연이 있다.

이 작품은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 함께 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10대 청소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비행 청소년 문제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국내 만화계 3대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의 2022년 만화 부문 수상작이다.

인기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를 그린 와난 작가의 작품이다. 2019년부터 5년째 연재 중으로 따로 결제 없이 볼 수 있다.

■그 식탁의 뒷이야기

웹툰 <조인 마이 테이블>. 왓챠 제공

지난해 OTT 왓챠가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조인 마이 테이블>은 색다른 맛기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진행자인 방송인 이금희와 소설가 박상영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곳에 뿌리내린 이주민들의 음식을 맛본다. 제주에서는 예멘 청년 이스마일이 만든 전통 음식 ‘파흐싸’를, 이주민 밀집 지역인 안산에서는 인도네시아 음식 ‘나시고랭’을 먹는다.

<조인 마이 테이블>의 감동을 웹툰으로 이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왓챠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웹툰 서비스에는 동명의 웹툰 <조인 마이 테이블>이 있다. 정확히는 방송의 뒷이야기다. 방송 작가 조이가 제작팀에 합류한 시점부터 음식 예능을 만들기 위해 제작 회의, 현장 답사 등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생생한 음식 묘사와 그림 때문에 배고파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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