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 비오는 날에 하면 더 건강에 좋다는데 왜? [Books]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학생·회사원·운전사 등 오늘날의 생계인은 삶에서 걷기를 몰아냈다. 시간을 내 걸으려 해도 바깥 기온이 너무 낮거나 덥다는 사소한 핑계를 앞에 두고 오늘도 걷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한 회사원 지인은 “차를 운전해 출퇴근하는 날은 하루 채 2000보도 걷지 않더라”고 털어놓는다. 머리론 좀 더 걸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지친 몸은 어제보다 더 굳어버린다.
저자는 그 모든 핑계를 걸어야 하는 이유로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비 맞는 산책, 추위를 뚫고 걷는 산책, 고요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의 산책 등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로 ‘바람 부는 날 걷기’ ‘쓰레기를 주우며 걷기’ ‘배낭을 메고 걷기’ ‘물속에서 걷기’ ‘식사 후에 걷기’ 등 모두 52편의 걷기에 관한 짧은 글로 구성됐다. 1년이 52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가짓수다. 원제도 ‘52가지 걷는 방법’(52 Ways to Walk)이다.
글마다 걷기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과학적 탐구와 역사적 조사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표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바람 부는 날의 산책을 특히나 좋아했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거친 바람 속에서 무기력을 날려 보내고 불만의 싹을 잘라냈던 경험이 그녀가 써 보낸 편지 등에 기록으로 남아있다.
눈·비 내린 날 젖어가며 걸어야 하는 이유를 못 찾겠다면 6장 ‘진흙 속에서 걷기’, 12장 ‘비 내리는 날 걷기’를 읽어보자. 비 내리는 날 흔히 맡게 되는 흙냄새는 젖은 흙에서 생성되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 덕분인데, 인간은 이 냄새를 아주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냄새가 물과 비옥한 흙의 존재를 의미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발달한 감각이라고 해석한다. 이 밖에도 비 오는 날 공기 중에 음이온이 증가해 건강과 기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 생기있게 빛나는 자연물을 보면 도파민이 급격히 분비된다는 점, 비 오는 날 하는 운동이 열량을 더 태워준다는 점 등 한번 밖으로 나가 걸어볼 만한 이유는 수두룩하다.
글마다 분량은 4~5쪽으로 짧다. 끝에는 꼭 ‘유용한 팁’이 붙어있다. 걸으러 나가기 직전 혹은 걷고자 하는 마음이 흔들릴 때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글을 펼쳐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녁 식사 후라면 42장 ‘식사 후에 걷기’를, 잠 못 드는 밤이라면 46장의 ‘밤길 걷기’나 ‘깊은 잠을 위한 상록수 숲 걷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계속해서 독자에게 “이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보자”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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