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4인 이하 사업장도 ‘해고제한’ 규정있으면 임의해고 불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4인 이하 사업장도 취업규칙에 해고제한 규정이 있다면 노동자를 임의로 해고할 수 없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A씨가 속해있던 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2월부터 이 협동조합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했다. 체육경기 등에 물품을 공급하는 협동조합은 상시노동자가 4인 이하인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체육경기 등이 취소돼 수입이 급격히 줄자 협동조합은 2020년 8월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해고가 무효이며, 복직 때까지 임금을 달라며 같은 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재판에서 “상시노동자 4명 이하 사업장으로서 ‘정당한 이유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적법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1심은 조합 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은 1심 판단과 달리 A씨 해고가 무효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상시노동자 4명 이하 사업장이라도 취업규칙에 해고제한 특약을 뒀다면, 특약에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조합은 내부 인사 규정에서 직권면직, 자연면직, 징계면직에 의해서만 직원의 신분을 박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조합 측이 A씨 해고 사유로 제시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해고는 해고제한 특약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되 예외적으로 일부 규정만 적용하는 구조다. 부당해고와 구제신청, 근로시간,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적용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사업장에선 이를 악용해 상시 노동자가 5인 이상인데도 형식적으로 5인 미만으로 ‘사업장 쪼개기’를 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 등도 제기돼왔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시노동자 4명 이하 사업장이라도 단순히 막연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건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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