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로 풀고 ‘입’으로 꼰 외교…윤 대통령, 국내 과제도 산적
실질 투자 잇는 작업이 관건…기업 규제 완화 가능성 높아져
여권 내 ‘윤심’ 논란 정리부터 야당 ‘국정협조’ 끌어내기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스위스 순방을 마무리했다. ‘경제외교’를 전면에 내건 취임 2년차 첫 순방에서 UAE의 300억달러 투자유치, 원전 추가 협력을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시한 게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따른 외교 마찰 해결, 경제협력 합의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여권 내 불협화음, 야당 대표 수사와 국가보안법 수사 등 ‘신공안정국’으로 고조된 진영 갈등 등 귀국 후 마주할 국내 현안도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양자과학 석학들과의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6박8일간의 UAE·스위스 공식 순방일정을 마쳤다. 21일 오전 귀국한다.
순방을 통해 윤석열 정부 경제외교의 기조가 확인됐다. 수출에 방점을 둔 정상 외교, 탈원전 폐기로 본격화한 원전 세일즈, 규제완화를 고리로 한 투자유치 등이 핵심 축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 일정 초점을 경제외교에 두고 성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스위스 현지에서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면서 UAE와 경제협력 강화, 정상 경제외교를 통한 실질적인 투자유치 등을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은 지난 14~17일 UAE 국빈 방문 기간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성명을 도출했다. 성명에는 UAE 국부펀드 등이 에너지, 원전, 수소, 방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3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과 양국이 UAE 추가 원전이나 제3국 원전 공동진출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원전 세일즈 외교 기조는 뚜렷해졌다. 윤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특별연설을 마친 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과의 대화에서 “원전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탈원전이라고 해서 원자력을 감축하려는 시도가 지속돼온 탓에 원전 생태계도 힘들어졌다”고 전임 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시장·민간 중심 경제정책이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경제외교 효과를 실질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과제다. 300억달러 투자가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시됐지만 투자 시기와 투자처 등이 명확히 정해진 건 아니다. 합의를 실질적인 투자로 잇는 후속 작업이 관건이다.
이 수석은 “정부는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가칭)을 구축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AE와의 추가 원전협력을 이끌고 각종 양해각서(MOU) 등을 구체화하는 지원 작업도 숙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 발언이 제3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오며 이번에도 ‘순방 리스크’가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이란 측이 전날 테헤란에서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설명하는 등 파장이 확산일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데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라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뒤에는 산적한 국내 현안이 기다린다. 순방 기간 여권 내 확산한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을 정리하는 것부터 문제다. 전당대회 유력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비판하는 등 여권 내 불협화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단일대오를 만들려는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국정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로 여야 대결 정국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가 노동계로 번지면서 신공안정국 비판과 함께 노·정 갈등도 격화했다. 협치 국면이 금세 조성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를 돌파할 묘수를 찾는 게 윤 대통령의 과제로 꼽힌다.
다보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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