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서현우 "이해영 감독, 강박적으로 미장센에 신경 써" [인터뷰M]
영화 '유령'을 통해 또 한 번 관객의 시선을 훔칠 서현우 배우를 만났다. 서현우는 '유령'에서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을 연기하며 조선인이지만 일본어와 암호 체계에 능통한 인물로 호텔에 감금된 후에도 ‘카이토’의 명으로 ‘유령’이 동료들에게 보낸 암호문을 해독하며 어떻게든 경성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인물을 그려냈다.
영화 '독전'에 이어 이번에도 이해영 감독과 함께 작업한 서현우는 "'독전'에서 이해영 감독은 '유령'때만큼 섬세하거나 완벽주의자라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굉장히 배우나 장르에 맞게 모드 체인지가 되는 분 같다."라며 같은 감독이지만 다른 분위기의 영화였다며 이해영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소통할 때는 굉장히 섬세하게 이야기하시는 편인데 특히 '유령'에서는 암호 해독을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줄자나 컴퍼스, 글씨 써 내려가는 묘사도 제 연기 테이크보다 소스 테이크를 더 많이 가실 정도로 각도 하나, 배치, 디자인, 느낌, 색깔 등을 세심하게 따지시더라. 이하늬가 감독님의 그런 꼼꼼한 모습에 '일상생활은 하실 수 있는 거죠?'라고 물어볼 정도로 미장센에 대해 강박적으로 작업하셨다."라며 이해영 감독의 작업 스타일을 밝혔다.
소품에도 이렇게 신경을 쓰는 감독인데 연기 디렉션에 있어서는 오죽했을까. 서현우는 "저의 행동과 제스처, 소품 다루는 모습, 암호 해독을 하고 나서 암호해독 집을 들어 올리는 각도, 눈동자의 시선처리까지 계산을 하시더라."라고 혀를 내두르면서 "그런데도 저와 감독님이 케미가 맞았던 건, 제가 어릴 때 강박과 결벽증이 좀 있어서 그런 성격을 대입할 수 있어서다. 감독님이 3만큼의 꼼꼼함을 원하시면 저는 거기에 조금 더 해 5만큼의 꼼꼼함을 만들어 냈다. 그런 식으로 이해영 감독과 케미는 좋았다."라며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영화 속에서 서현우가 연기한 '천계장'은 영화 속 다른 출연자들과 살짝 결이 달랐다. 관객들이 보기에 서현우의 연기나 대사에서 애드리브가 많을 것 같았는데 서현우는 "전혀 애드리브가 없었다. 감독님이 대사의 선택에 첨예하신 분이라 남발하는 대사를 싫어하셨다.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를 어떻게 하면 더 맛깔나게 살릴지만 고민했다. 동작들도 감독님과 같이 상의하며 결정을 했다.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냈지만 감독님이 허용하는 범주에 있어야지만 허락을 해 주셨다. 캐릭터 성격상 강박이 있는 인물이어서 손동작이나 신체 동작도 조심스러운 형태로 표현했다."라며 '천계장'의 표현에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극 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 등장하는 서현우는 "저 역시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고 있어서 캐릭터의 이해가 쉬웠다. 대신 장난스럽게 그려내고 싶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반려묘는 영역 동물이라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집 안에 갇히는 순간 굶어죽는다. 그런 생태를 알기에 아주 절실함이 묻어날 수 있게 연기하려 했다."라며 극 중에서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간절하게 집에 돌아가야 한다던 '천계장'의 심정을 해석해 주었다.
서현우는 "'천계장'은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일 차전을 잘 종결시키는 임무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호텔 안에서의 상황을 잘 귀결시키고 '유령'들이 호텔을 벗어날 수 있게 할지까지가 저의 임무여서 분량의 서운함이나 아쉬움은 전혀 없다."라며 '천계장'의 활약이 다소 일찍 끝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현우는 "원작 작품에도 '천계장'이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더 기능적인 인물이었다. 그걸 영화에서는 굉장히 확장시켰다. 원작에서는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영화 속 '천계장'은 캐릭터성이 짙은 독특한 인물로 구축이 되었다."라며 이해영 감독이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을 위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러 넣었음을 전했다.
이번 영화 '유령'의 특별한 점은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일본어 대사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대유라는 배우 겸 일본어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섬세하게 티칭을 해 주셨다. 선생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다. 처음에는 유연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가 그 다음에는 좀 더 청계장스럽게 말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 일본어를 할 때 가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자료를 많이 찾아봤고, 애니메이션스러운 에너지를 가져오려고 했다."라며 '천계장'만의 일본어 스타일을 설명했다.
송강호와 작업하는 '삼식이 삼촌', 디즈니+의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을 준비 중이라는 서현우는 "제 목소리나 얼굴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다른 시대, 다른 상황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치지 않고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라며 다부지게 차기 계획을 밝혔다.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은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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