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이재명, 대장동 428억 뇌물 약속 승인” 공소장 적시

장은지기자 2023. 1. 2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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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0. 뉴스1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수익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12일 김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검찰은 먼저 2014년 4~6월 김 씨가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직무대리 등과 의형제를 맺을 무렵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14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준 금품 외에도 자신(김 씨)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또 공소장에 “유 전 직무대리가 이 제안을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화천대유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4월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다시 “이재명 (당시) 시장 측에 자신의 지분 절반가량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향후 진행될 이익배당 과정에서 이 시장 측 지분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면 그 금액을 주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내용 역시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한 후 승인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직접 ‘뇌물 약속’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공소장 등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증거를 대지도 못하는 검찰이 신빙성 없는 진술을 피의사실 공표하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공소장에 ‘이재명’ 146회 언급…‘李 승인’ 18회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57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재명’이라는 단어가 146회 등장한다.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줄 소지가 있는 내용을 ‘지시했다’는 표현은 14회, ‘승인했다’는 표현은 18회 적시돼 있다.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표현도 32차례 나온다. 이 대표가 사실상 대장동 특혜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 이 대표, 유 전 직무대리에게 “대장동 알아서 하라”

검찰은 2013년 4월 이 대표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1공단에 공원만 만들면 되니 대장동 개발사업은 알아서 하라”고 말했으며, 유 전 직무대리가 이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때 유 전 직무대리는 남 변호사에게 ‘1공단 공원화 사업비만 조달하면 민간사업자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들어주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1공단 공원화에 집착하면서 대장동 개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천문학적 수익을 민간사업자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눈감아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1공단 전면 공원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수천억 원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공약 불이행 위험에 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1공단과 대장동을 결합해 개발하는 방식을 이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공소장에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과정 곳곳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주요 결정을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2021.09.24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4년 9월 대장동 개발사업 중간보고회에서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대장동 부지 용적률은 180%에서 15%포인트 상향된 195%로 올라갔고 이에 따라 가구 수도 기존 5089채에서 5268채로 179채 증가했다. 또 임대주택 비중이 줄어 민간사업자들의 수익이 늘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미 2014년부터 계획돼 있던 대장동 북측 부지 서판교터널 개통 소식을 수용보상이 끝난 2016년 11월에야 공개해 민간사업자들이 대장동 원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같은 특혜를 통해 대장동 사업에서 공공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이익 1822억 원만 가져가고, 민간사업자들은 택지 분양에 따른 배당금 4054억 원 등 7886억 원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 검찰, “성남시장 불법 선거자금 이 대표도 인지”

검찰은 또 공소장에 이 대표가 2014년 자신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건네받은 선거자금 및 댓글부대 운영 등 선거지원 사실을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정 전 실장과 함께 보고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정 전 실장에게 선거자금 5000만 원, 김 전 부원장에게 선거자금 1억 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주요 결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최소 2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범죄 혐의 개수가 많은 게 검찰 탓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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