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빨대 빨듯 돈 달라해" 법정 작심 발언…고성 오가기도

김진아2 기자 2023. 1. 2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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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품 제공 사업가 박모씨 증인 진술

"李, 선거 목적으로 금전 요구 사실"

"도와주겠다며 많은 사람 이름 대"

"젊은 애들 빨대 꽂듯 계속 돈 달라해"

"진실 말하라" "그만 속이라" 고성 오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신귀혜 기자 = 청탁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구속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선 사업가 박모씨가 이 전 부총장에게 직접 금전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며 이 전 부총장이 스스럼없이 돈을 요구했다는 박씨의 거듭된 진술에 이 전 부총장 측이 격분하며 법정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풍경도 연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당사자로 지목 받고 있다.

박씨는 검찰이 2019년께 이 전 부총장을 알게 된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자신이 민주당에서 중소기업 관련 위원회인가 했다며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도 언니 동생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이 그 정도로 박 전 장관과 친하니 인사하려면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나'라고 묻자 "몇천만원을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특정 지역 소재 호텔을 거론하며 돈을 건넨 사실을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선거 등 목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이어갔다.

이 전 부총장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남편 소유의 땅을 담보고 1억원을 달라고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명의 이전도 못 했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부총장이 그 땅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땅도 안주고, 담보도 안 잡혀 돈이 정치자금 성격으로 붕 떠버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기가 정치를 하는데 당 공천을 받으려면 로비도 해야 하고 어른들 인사도 해야 한다며 나에게 땅을 담보로 주겠다고 하니 돈을 준 것"이라며 "자기가 잘 되면 아는 사람이 많으니 도와주겠다며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을 댔다. 도움받는 것도 좋고 땅도 좋고 두 가지 생각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6월께 이 전 부총장의 선거캠프를 방문해 직접 1000만원을 줬다고도 진술했다. 이는 앞서 공판준비기일에 언급된 내용이기도 하다. 박씨는 "이건 순수하게 제가 그냥 정치자금을 준 것"이라고 했다.

검찰 신문이 중반부에 들어서며 이 전 부총장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잇따르자 박씨는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 나열할 수가 없다"며 "대놓고 젊은 애들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저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 (하면서) 돈만 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또 박씨가 공공기관 지인의 승진을 부탁하자 이 전 부총장이 수백만원대 명품을 스스럼 없이 사달라고 하거나, 기관 관계자와 골프를 치며 현금을 요구했던 내용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박씨가 "제대로 뭐 된 게 없다, 일이 성사되지 않았으면 가져간 돈을 최소한 어느 정도 돌려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 하지만 이 사람(이 전 부총장)은 그 돈도 떼어먹어도 된다 이런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박씨의 진술이 이어지자 이 전 부총장 역시 "진실을 이야기하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박씨가 "피고인이 차를 사달라고 엄청 졸랐다. 일을 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사주나"라고 진술했을 때는 이 전 부총장이 "정직하게 합시다"라고 반발하자 박씨가 "그만 속이라"고 받아치며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박씨는 발언을 자처하며 "한때는 오빠 동생하며 지내 깎아내리고 싶지 않지만 어찌 됐건 부탁을 하고 돈을 줘 만나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며 "많은 물적 증거가 있는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 측도 발언 기회를 얻자 "그 많은 비밀 녹취록 중 어떻게 그렇게 족집게처럼 뽑아내셨는지 검사님들 고생하셨다"고 비꼬며, "박씨가 정말 인면수심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는데 차곡차곡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박씨의 증인 진술 조서와 관련해 오는 27일 다음 공판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들은 후 회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해오던 이 전 부총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을 거치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박씨가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며 혐의를 인정하는 범위에 대해선 수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parkhj@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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