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빨대 꽂고 빨 듯 돈 요구…조카 전세자금도"(종합2보)
이정근측 "일방적 주장…자발적으로 도와준 것"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사업 청탁 대가와 불법 정치자금 등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박모씨가 "빨대를 꽂고 빠는 것처럼 (제게) 돈을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또 이 전 부총장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민주당 유력인사와 친분을 과시하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은 저를 훈남 오빠, 멋진 오빠라고 부르며 오늘은 몇 개(몇천만원)만 더 주면 안 될까요'라며 수차례 연락했다"며 "자신이 로비스트 기질이 있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이 전 부총장 측은 "모두 박씨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박씨가 자신을 수천억대 자산가로 소개하면서 스스로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라 반박했다.
◇ "장관·국회의원과 친분 과시하며 사업 도움 약속…수천만원 전달"
박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등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벌을 받고 반성하겠다"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박씨는 "지난 2019년 사업 목적으로 이 전 부총장을 처음 만났을 당시 자신을 더불어민주당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면서 "특히 박영선 전 장관이랑도 언니·동생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총장이 박영선 전 장관에게 인사하려면 돈이 좀 필요하다면서 몇천만원을 좀 달라고 했다"며 "나중엔 자기 몫도 챙겨 달라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묻는 검찰 질문에 "3000만원"이라고 답했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박영선 전 장관 뿐만 아니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도 주장했다.
◇ "오늘 몇개만 더 주면 안될까요 오빠" 문자도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속칭 빨대를 꽂고 빠는 것처럼 돈을 달라고 했다"면서 "훈남 오빠, 멋진 오빠라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먼저 박씨를 만난 이후 자신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자 감사의 표시로 1000만원을 봉투에 넣어 이 전 부총장에게 줬다고 밝혔다.
또 박씨는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에게 인사해야 한다"는 이 전 부총장의 부탁에 5000만원을 통장으로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총장이 자신의 뒤에 송영길 의원, 노영민 실장, 성윤모 장관 등이 있으니 사업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며 5000만원을 추가 송금한 사실도 털어놨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오늘 몇 개(몇천만원)만 더 주시면 안될까요 오빠"라고 문자를 보내며 박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이 아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잘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돈을 줬다"면서도 "계속 돈을 주다 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고 밝혔다.
◇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오빠 일 돕는 대가"
박씨는 이 전 부총장의 요구가 점점 대범해졌다며 심지어 '조카의 전세자금'까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씨가 거부감을 드러내자 이 전 부총장은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며 "오빠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이 박씨에게 "이 전 부총장은 계속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하자 박씨는 "제가 미친 사람도 아니고 대부업체에 연 24% 이자로 빌려 이 전 부총장에게 빌려주겠냐"고 분노하며 청탁의 대가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장이 박씨에게 "내가 해보니까 지금 해보니까 로비스트로서 기질이 있다. 나는 역시 '로비스트가 맞다"고 보낸 메시지도 증거로 제시했다.
◇ 이 전 부총장 "일방적 주장…자발적으로 도와준 것"
박씨의 폭로에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 전 총장 측은 당시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박씨가 스스로를 수천억대 자산가로 소개하면서 3억원을 도와주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박씨의 도움에 의존해 선거 운동을 시작했는데 막상 박씨가 돈을 수천만원씩 나누어 주는 바람에 구차한 문자를 지속한 것이라 해명했다.
아울러 "장관 로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증거도 모두 정황 증거 뿐"이라며 "박씨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전에 박씨가 스스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씨가 박씨에게서 받은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 대가로 받은 돈의 성격이 일부 겹친다고 보고 수수금액을 총 10억원으로 보고 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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