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엔 ‘돈성’ 소리 들었는데…오지환 초대박, 유격수 금값시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8년 전엔 ‘돈성’소리 들었는데…
삼성 수뇌부는 200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고무돼 2004-2005 오프시즌에 승부수를 던졌다. 김응용 감독의 사장 영전과 선동열 수석코치의 감독 선임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선동열 감독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FA 시장에서 무려 99억원을 들여 심정수(4년 60억원)와 박진만(4년 39억원)을 잡았다.
특급스타 1명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100억원 이상을 쓰는 최근의 FA 시장 규모와 금전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18~19년전 기준으로 특정 구단의 99억원 투자는 파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돈성’이라는 별명 탄생으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FA 시장에서 과도한 투자를 하면 ‘돈으로 우승을 사려고 한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FA 도입 초창기에는 FA 자체가 특급스타들의 특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수비만 잘해도 대접받는 유격수에게 39억원씩 투자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선도 있었다.
4번타자, 에이스가 아닌, 중앙내야수 FA의 39억원 계약. 결과적으로 삼성 박진만 감독은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샀다. 2005년에는 부상으로 8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2006년에는 115경기서 타율 0.283 11홈런 65타점, 2007년에는 100경기서 타율 0.312 7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그물망 수비는 여전했고, 5번 타자로 활약한 시절이었다. 국민유격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유격수들의 몸값 상승은 타 포지션에 비해 느리게 진행됐다. 박 감독의 39억원 계약은 한동안 유격수 최고 몸값이었다. 그러다 김재호(두산)가 2016-2017 FA 시장에서 4년 50억원 계약으로 박 감독의 총액을 넘어섰다.
노진혁(롯데)이 이번 2022-2023 FA 시장에서 4년 50억원 계약을 맺으며 유격수 최고액 공동 1위를 찍었다. 천하의 오지환(LG)도 2019-2020 FA 시장에서 4년 40억원에 계약했다. 박 감독의 전성기 아우라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은 유격수는 제법 있었다. 강정호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KBO리그에서 롱런했다면 판도를 바꿨을 것이라는 전망은 제법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결국 오지환이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9일 LG와 6년 124억원 비 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여전히 FA 계약 기준으로 유격수 최고액은 김재호와 노진혁의 50억원이다. 그러나 오지환은 FA 재자격 획득을 1년 앞두고 2024년부터 2029년까지의 계약을 미리 체결했다. 사실상 FA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지환의 124억원 계약은 오지환이 KBO리그 NO.1 유격수임을 공인받은 또 하나의 사건이다. 이젠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 계보에 이름을 올려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실에서 20-20에, 각종 수비지표 1~2위를 놓치지 않는다. 박진만 감독조차 감독대행이던 2022시즌에 몇 차례 “오지환이 국내 최고 유격수”라고 했다.
오지환이 FA 몸값이 치솟은 시대, 비 FA 다년계약이 유행하는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단, 현대야구와 FA 제도 초창기 야구는 수준이 다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뛰는 것도 맞고, 전력분석팀의 데이터, 시프트 도움도 받는다.
그러나 타자들의 평균적인 타구속도가 많이 올라간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144경기 시대, 타격도 잘 해야 인정받는 시대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오지환의 124억원 계약은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보는 게 맞다.
39억원에서 40억원, 50억원을 거쳐 124억원까지 올라갔다. 오지환을 열심히 뒤쫓는 박성한(SSG), 박찬호(KIA) 등 최정상급 유격수들은 물론이고, 10개 구단 젊은 유격수들 역시 오지환의 초대박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유격수도 금값 시대다. 어려운 포지션이지만, 제대로 보여주면 확실하게 대접받는 시대다.
[오지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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