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돈 달라고 해”… 10억 건넨 사업가 폭로

오남석 2023. 1. 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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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애를 말로,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나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 하며 돈만 달라고 했다."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 씨에게 청탁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박모 씨가 20일 법정에서 이 씨에게 돈을 건넨 과정을 증언하며 쏟아낸 말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 씨의 변호인은 "증인이 피고인의 선거비용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원받은 것뿐이고, 선거 자금은 전부 계좌로 받았다"며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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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녹취록 공개… 이정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며 ‘도움 대가’ 요구
이정근 측 “대부분의 돈은 빌린 것” 반박… “진실을 얘기하라” 불만 터뜨리기도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30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젊은 애를 말로,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나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 하며 돈만 달라고 했다."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 씨에게 청탁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사업가 박모 씨가 20일 법정에서 이 씨에게 돈을 건넨 과정을 증언하며 쏟아낸 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이날 이 씨의 재판에 박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 씨는 "지난 2019년 사업 목적으로 이 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이 씨는 자신을 ‘민주당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며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랑도 언니 동생하는 사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씨가 박 장관에게 인사하려면 돈이 좀 필요하다면서 몇천을 좀 달라고 했다"며 "나중엔 자기 몫도 챙겨 달라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고 했다. 박 씨는 당시 이 씨에게 총 3000만원을 줬다고 했다.

박 씨는 이 씨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이름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박 씨와 이 씨의 문자 대화를 보면 이 씨는 2020년 7월 7일 박 씨에게 "지난번에 부탁드렸던 것 … 2.2"라고 보낸 뒤 노 전 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박 씨는 "(당시에는) 노영민에게 주는 것으로 알았다"며 ‘2.2’는 2억2000만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 씨가 박 씨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한 구체적 정황도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씨가 "오늘 해달라"고 하자 박 씨는 "정확하게 몇 개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다. 이 씨가 "5, 5"라고 하고 박 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검사가 ‘5000(만원), 5000(만원) 합쳐서 1억원을 달라는 것이냐’고 묻자 박 씨는 "맞다"고 했다.

이 씨는 2020년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4일에는 "승리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5개만 보내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이 씨가 총선에서 떨어지면서 틀어졌다. 2020년 10월 박 씨는 이 씨에게 "나를 몰아붙이듯이 돈을 달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금전 요구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이 씨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씨가 이런 식으로 총선을 앞둔 2020년 2∼4월 박 씨에게서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2019년 12월∼2022년 1월 각종 청탁 명목으로 수십 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복되는 액수를 감안하면 이 씨가 박 씨에게서 받은 돈은 총 1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 씨 측은 앞서 박 씨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명품 가방을 포함해 4000만∼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대부분의 돈은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이 씨의 변호인은 "증인이 피고인의 선거비용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원받은 것뿐이고, 선거 자금은 전부 계좌로 받았다"며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도 박 씨에게 "진실을 좀 얘기하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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