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무슨 명절"…상습 화재에 지친 구룡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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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별도 볼 수 있는 집이었는데하루 아침에 다 잃었죠."
설 명절을 앞둔 20일 서울 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집을 잃은 김성한(69) 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구룡마을에 오래 거주해왔던 주민들에게 화재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이번 화재로 마을 주민 500여명이 대피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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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은 꼭 불이 나"
반복된 화재에 담담한 주민도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옥상에서 별도 볼 수 있는 집이었는데…하루 아침에 다 잃었죠."
설 명절을 앞둔 20일 서울 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집을 잃은 김성한(69) 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아들이 불났다고 연락이 와 나가봤는데 연기만 자욱했다"며 "양말 신고 바지 입고 그냥 나왔다. 명절은 커녕 당분간 직장도 못 나간다. 남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얇은 패딩에 운동복 차림인 김 씨가 챙길 수 있었던 건 휴대전화 하나 뿐.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었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불길이 잡힌 오전 11시40분쯤, 구룡마을은 아침까지 사람이 살았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검게 탄 식탁, 의자, 냉장고 등 망가져 쓸 수 없는 가구와 가전제품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나무합판으로 만들어진 집들은 검게 그을려 뼈대만 남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탄내도 덜 빠져 코를 찔렀다.
대피한 주민 500여명은 마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폐허가 된 마을을 보며 슬픔에 잠긴 주민들도 있었지만 의외로 덤덤한 주민들도 많았다.
마을에서 30년을 산 이현규(79) 씨는 "1년에 한 번씩은 꼭 불이 난다"며 "마을이 오래돼 내선이 엉망이고 연탄을 사용해 불이 날 확률이 높다. 골목도 좁아 담뱃불이 번져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밤에도 구청에서 불조심하라고 안내 방송을 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구룡마을에 오래 거주해왔던 주민들에게 화재는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2009년부터 이번까지 최소 16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해 3월에도 주택 11채가 화재로 소실됐다. 2014년 11월에는 고물상에서 벌어진 화재가 63가구를 태우고 주민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작은 화재도 상시적이었다.
이 씨는 인명피해가 없다는 말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나면 주민들이 서로 현관문을 두들긴다"며 "안내방송이 따로 나오는 게 아니다. 연세가 많은 분은 (불이 났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들어도 지팡이를 짚고 다녀 혼자 이동할 수 없는 노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사고가 수습되고 확인을 해봐야 인명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40년을 산 오창환(67) 씨도 "옆집 사람이 문을 두들겨줘서 불이 난 줄 알았다"며 "사실 별로 놀랍지도 않다. 너무 자주 불이 나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아무리 예방을 해봐도 안 된다. 재개발을 하거나 (마을을) 철수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6시 27분쯤 발생했다. 선착대는 오전 6시 33분쯤 도착했고, 오전 6시 39분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이후 오전 7시 20분쯤 2단계로 상향했다가 오전 10시 10분 초진이 완료되면서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이번 화재로 마을 주민 500여명이 대피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비닐과 합판 등으로 만들어진 판잣집 60채가 탔다. 이재민들은 구청이 마련한 강남지역의 호텔 4곳에 임시로 머물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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