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일 만에 '마스크 졸업'…"써야 할 곳 기억해 두세요"
정부가 설 연휴를 지나서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를 조정하겠다고 오늘(20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때부터는 특정 장소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서울 구룡마을에서 불이 나서 주민 50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있었죠. 저도 안전 문자를 많이 받았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다만 반복되는 재해에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소식을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 840일 > 입니다. 첫 번째 픽, 오늘은 840이라는 숫자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정회원님들은 '840'이라는 숫자 보면 특별히 떠오르시는 게 있나요. 제가 이 숫자를 들고 온 이유, 먼저 2020년 10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권준욱/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2020년 10월 13일) : 불특정 다수가 이용함으로써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있는 대중교통, 집회나 시위장, 감염 취약계층이 많은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주·야간보호시설 등에서는 거리두기 단계에 구분 없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됩니다.]
네, 이날부터 전국 차원의 실내 마스크 의무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목해야 할 날짜는 2023년 1월 30일, 앞으로 열흘 뒤인데요.
[지영미/질병관리청장 :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은 설 연휴가 지난 후인 1월 30일 월요일부터 시행하겠습니다. 조정이 시행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권고로 전환됩니다.]
바로 실내 마스크 의무가 사라지는 날입니다. 무려 840일 만의 해제인데요. 이 반가운 소식, 코로나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만 3년이 되는 오늘 발표됐습니다. 더 정확히는 실내 마스크를 '의무'에서 '권고'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따라 실내 마스크를 안 썼을 때 부과됐던 과태료 10만원도 사라집니다. 물론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계속 써야 하는 곳들은 있습니다. 대중교통수단 그리고 요양병원과 기관, 장애인 복지 시설 등의 감염취약시설입니다. 의료기관과 약국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리고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택시에서도 써야 합니다.
[지영미/질병관리청장 : 택시는 아주 다수가 한꺼번에 모이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환기가 잘되지 않는 3밀환경에 속한다고 저희가 분류하고 있고, 그래서 다른 대중교통수단과 함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기로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결정한 이유. 마련해둔 4개 지표 중 3개 지표 충족하면서 겨울철 재유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발 코로나 유입도 이제 한고비 넘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지난 12월 결정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지표 4가지 중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사망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 대응 역량의 3가지가 충족되었고 대외 위험 요인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진전은 국민 여러분들의 인내와 각 단체 의료진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충족하지 못한 마지막 지표, 동절기 추가 접종률인데요. 이것도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그리고 고령자의 접종률 기준을 각각 60%, 50%로 두고 있습니다. 오늘 0시 기준 감염취약시설은 62.1%로 달성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 34.5%로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이 고령층, 코로나에 걸리면 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코로나 3년을 겪으며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는 사실이죠. 설 연휴까지 앞둔 이때, 접종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정기석/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 (지난 16일) : 해제를 하더라도 우려할 정도로 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느는 와중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고위험군이다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를 드리고, 그런 분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빨리 개량백신 접종을 해주시고요.]
네, 바로 이 설 연휴 기간임을 감안해 사실 지금 당장 풀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내 마스크 의무를 연휴 뒤까지 연장해둔 것인데요. 실제 이번 설 연휴 이동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첫 연휴인 데다가요. 너무나도 아쉬운 소식이지만, 작년보다 연휴 기간이 하루 짧기도 합니다. 따라서 하루 평균 이동량 지난해보다 22.7% 늘고, 매일 530만명 정도가 이동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지난해 설 연휴를 거치면서 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가 더해지면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경각심을 가지고 의료 대응에 빈틈이 없도록 미리 살피고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어르신 등 고위험군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장소에서는 언제든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기를 권고 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모두 마스크를 사러 약국이나 마트 앞에 길게 줄도 서봤고요. 또 원래 2미터 안에 사람이 없을 경우 안 써도 됐던 마스크가 항상 써야 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많이 갑갑해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온 것인데요.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경각심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2년여 전 실내 마스크 의무가 시작됐을 때 방역 당국이 당부했던 마음가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권준욱/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2020년 10월 13일) : 우리가 하루 시작을 그날그날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확인하면서 시작하듯이 이제는 하루를 시작하실 때 외출을 할지, 한다면 외출할 그곳이 거리두기가 되는 안전한 곳인지, 이동은 어떻게 할지, 마스크는 챙겼는지, 무엇보다도 오늘 내 몸에 이상은 없는지 등 코로나19를 생각하면서 시작하시면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이 나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 나아가서 가족과 이웃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픽은 < 또 찾아온 화마 > 입니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오늘 아침 6시 27분 화재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첫 신고자는 "오전 6시쯤 화장실에 갔는데, 형광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봤다. 기분이 이상해서 문을 여는 순간 한 집에서 불이 벌겋게 타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이운철/구룡마을 자치회 부회장 (JTBC '상암동 클라스') : 당시는 4지구 쪽에서 불꽃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옆에 계신 분한테 얘기했더니 119에 신고하고, 그러고 올라가 보니까 불길을 우리가 잡을 수가 없어서 그냥 내려왔죠. 그냥 보고만 있었지. 뭘 할 수가 없어요.]
불은 6지구까지 번졌습니다. 다행히 마을 주민 500여명이 제때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5시간 19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진 불로, 집 60채가 타고 이재민 62명이 발생했습니다. 강남구는 인근 호텔 4곳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했습니다.
[신용호/강남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연소가 인근 마을로 확대됨에 따라 07시 26분에 대응 2단계로 상향 발령되었으며, 7시 39분에 산림청 헬기를 추가 요청하였습니다. 인원은 소방 197명, 구청 300명, 경찰 320명, 군부대 100명 등 총 518명을 동원하였습니다.]
당시의 긴박함이 브리핑을 통해서도 느껴지는데요. 구룡마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던 당국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면서 개포동 일대 무허가 주택을 철거했는데요. 그때 이주한 주민들이 만든 마을입니다. 저도 직접 가본 적이 있지만 비닐과 나무판자를 덧대 만든 가건물,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바로 이 건물들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오늘 정치권이 화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러한 주민들의 고성도 터져나왔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합심·협력해서 잘 극복을 또 할 테니까, 힘내세요 어머니. 그래서 아무튼 여기 방을 배정해 드릴 테니까, 일단 뭐 왔다 갔다 하셔도 좋고 편하게 하십시오. 우리 여기 이재민들 지낼 숙소, 호텔로 마련하고 있죠? 그래서 따뜻하게 설 명절 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어요. {개발은 언제 합니까! 개발은 언제 합니까!}]
실제 구룡마을에는 매해 불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해 단골 지역이기도 합니다. 작년 8월 역대급 폭우 피해를 다 극복하기도 전, 태풍 '힌남노'가 다시 한번 마을을 할퀴고 가기도 했습니다. 추석을 앞둔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설 연휴 직전입니다. 한파가 예고된 이번 연휴,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더 추울 것 같습니다.
[A씨/구룡마을 주민 (JTBC '뉴스룸' / 지난해 9월 9일) : 연속극 보다가 난리 났었거든. 연속극도 못 봤어.]
[JTBC '뉴스룸' (지난해 9월 9일) : 아직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전등도 켤 수 없습니다. 난방도 안 됩니다.]
아직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전등도 켤 수 없습니다. 난방도 안 됩니다. 주민 노의수 씨는 추석 연휴 동안 이웃집 지붕의 방수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노의수/구룡마을 주민 (JTBC '뉴스룸' / 지난해 9월 9일) : 굴뚝에서부터 저기까지 물이 집중적으로 새서. 다른 때는 바쁘니까, 노는 사이에 이거 (지붕) 다 뜯어줘야…]
세 번째 픽은 < "삭제 아닌 제한" > 입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서훈-박지원-서욱, 문재인 정권 안보 라인 3인방에 대한 재판이 오늘 시작됐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이기 때문에 모두 변호인이 참석했는데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은 "은폐 생각도 한 적 없다"고 했고요. 서욱 전 장관 측은 "삭제 아닌 첩보 배포선 제한 지시한 것"이라면서 혐의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블랙리스트' 의혹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 장관 3명도 어제 기소됐습니다. 당시 청와대 인사 라인도 함께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전 정부 보복수사로 새해 벽두를 열려 합니다. 정권 시작부터 전 정부 산하기관 인사들을 먼지 털듯 탈탈 털더니, 해가 바뀌자마자 기소한 것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정치 기소로 앙갚음하려는 윤석열식 정치보복에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다음 픽 < 골프 '수행' > 입니다. '수행'이라는 단어, 정확한 뜻 아시나요. 제가 찾아봤습니다. 불교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도를 닦는 데 힘쓴다" 이러한 뜻인데요. 지난해 12월 겨울 수행 시간인 '동안거' 기간에 태국으로 원정 골프를 다녀온 스님들이 있습니다. 해인사 소속 승려들입니다.
[골프 친 승려 (JTBC '뉴스룸' / 어제) : (골프는) 자제해야죠. 죄송한 일입니다. 치앙라이 성지순례도 하고요. 골프만 한 게 아니고요. 제가 죄인이죠.]
해인사에서의 잡음은 이뿐만이 아닌데요. 최근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성추문 의혹에 휘말려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조계종은 사표 처리를 보류하고,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마지막 픽은 < '은막의 별' 지다 > 입니다.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던 배우죠. 윤정희 씨가 79살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윤씨는 2016년에 저희 뉴스룸에 출연해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요.
[고 윤정희/배우 (JTBC '뉴스룸' / 2016년 9월 22일) : 저는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영화를 할 거예요. 영화는 뭐예요, 인간을 그리는 건데, 인간이 젊음만 있나요? 정말 노인들 모습 그리는 것도 기가 막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마 100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때까지 할 거예요. 좋은 작품…좋은 시나리오만 있으면.]
하지만 이러한 꿈, 윤씨는 끝내 이루지 못 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투병 중인 윤씨의 성견 후견인, 누가 맡느냐를 두고 윤 씨의 동생, 그리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와 딸 사이에 법정 다툼도 진행 중이었는데요. 당사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각하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정회원님들께 두 번째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뉴스픽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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