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차 타요" 거리두기 해제 첫 설…고향역엔 마중나온 부모들 웃음꽃
(전국종합=뉴스1) 송용환 정다움 오현지 이지선 강교현 박건영 기자 = “엄마 기차 타요. 금방 갈게요.” “명절이 다가온 것이 실감납니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 맞는 설연휴를 앞두고 20일 전국의 기차역과 공항, 버스터미널 에는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는 이른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민족 대명절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선물꾸러미와 가방을 양손 가득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표소 앞은 뒤늦게 남은 열차표를 예매하려는 시민들로 2~3m 가량 짧은 대기줄이 형성됐고, 어떤 이들은 무인매표기에서 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대합실은 열차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함께 곳곳에서 귀성객들의 웃음소리 들렸다.
한 남성 귀성객은 자신의 열차가 곧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엄마 기차 타요. 금방 갈게요”라고 말했다.
4일간의 연휴에 맞춰 휴가를 나온 군 장병도 눈에 띄었다. 전투복을 차려입은 이들 3명은 부모님에게 드릴 홍삼을 역내에서 구매했고, 서로에게 “명절 잘 보내고 복귀할 때 보자”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타지에서 홀로 사는 자녀를 위해 역귀성한 부모, 자녀들을 마중 나온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취업준비생 아들을 둔 서모씨(54·여)는 “아들에게 오지 말고 공부하면서 쉬라고 했다. 그래도 온다고 하기에 예뻐서 마중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에서 거주한다는 김모씨(63)는 “직장 때문에 딸이 광주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직 연휴가 아니지만 하루라도 더 빨리 딸을 보고 싶어 우리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층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지난해 설연휴 당시 도가 나서 제주 방문을 취소해달라고 호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전 풍경을 완전히 회복한 듯한 모습이었다.
올해는 그간 자취를 감췄던 환영 행사까지 진행되며 공항에서부터 명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기도 했다. 명절 때마다 국내선 도착층에 차려졌던 거리두기와 손소독 안내부스도 사라졌다.
제주도관광협회 등은 이날 귀성객과 관광객들에게 삼다수와 간식을 나눠주는 입도 행사를 열었다. 또 토끼해를 맞아 토끼탈을 쓴 공항 관계자들도 귀성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특산품과 선물 꾸러미를 가득 든 귀성객들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짐을 찾고 나오는 손자들을 놓칠까 도착장 입구를 떠나지 않던 오춘연씨(72)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오씨는 “서울에서 아들 부부와 손자 2명이 오는데 이제 막 도착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3년 동안은 보고 싶어도 코로나 걱정에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제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행복하다”며 웃었다.
전북 지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도 명절나기를 위해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대형마트. 소미숙씨(63)가 중량 350g 한 팩에 1만800원하는 채도라지와 데친 고사리를 집어 들었다.
소씨는 “항상 집에서 고사리를 직접 데쳤었는데 이번 명절엔 먹을 사람도 별로 없다”며 “그렇다고 명절상에 안올릴 순 없으니 좀 편하게 준비하려고 한 번 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산물과 정육코너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었다. 2마리에 1만6000원 상당인 병어를 살펴보는 한 중년여성의 손에는 정갈한 글씨로 빼곡하게 적어 온 쇼핑리스트가 들려 있었다.
오전 10시께 전주 신중앙시장. 시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풍겨오는 명절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전집에서 만난 시민 손모씨(68)는 “몇 해 전에는 직접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고 나면 남은 음식은 친척들에게 나눠줬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며 “그래도 모처럼 시장에 나와 음식을 구매하니 명절이 다가온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외버스터미널과 역은 일찌감치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으로 붐볐다. 한겨울 추위가 터미널 안까지 느껴졌지만, 몇 년 만에 가족들을 보러 가는 귀성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후 1시43분 대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현모씨(55)는 “모처럼 만의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 반차를 내고 일찍 고향길에 올랐다”며 “설 당일에는 눈이 온다고 해서 성묘를 미리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전국 522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차량은 51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차량은 43만대로 예상된다.
지방 방향 정체는 오후 6시까지 절정에 이르렀다가 21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방향 정체도 오후 6시 무렵 절정에 이르렀다가 오후 9~11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5시 요금소 출발 기준 서울에서 지방 주요 도시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부산 6시간30분 △울산 6시간10분 △강릉 2시간40분 △양양 1시간50분(남양주 출발) △대전 3시간50분 △광주 6시간10분 △목포 6시간20분(서서울 출발) △대구 5시간40분이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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