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울림"…과천시의회가 정치권에 날린 '협치 한방'
다수결 논리보다 '포용과 소통'의 의정
여당 역점사업에 대해서도 비판 수용
하나의 현수막에 '여·야 합동' 신년인사
지난 8대 의회의 '내홍' 분위기와 대비
"대선·지선 후 얼어붙은 중앙정치에 울림"
중앙 정치권이 여·야의 극한 대치로 얼어붙은 가운데, 경기도내 가장 작은 기초의회가 이례적인 협치 행보를 이어가면서 주목받고 있다.
행동하는 '협치'…설 현수막도 합동으로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과천시의회는 도내 31개 시·군의회 중 최소 규모로 국민의힘 5명·더불어민주당 2명의 여대야소 구도 속에서 '협치'에 주력하고 있다.
수적으로 밀리는 야당이 여당 독주를 견제하려 치열하게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수당은 포용을, 소수당은 협의를 통해 지역 현안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실제 지역구별 낙후된 마을에 대한 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여·야 의원이 머리를 맞대 신규 예산을 세우는가 하면, 밤샘 토론과 양보로 시 예산안 심사도 원만히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계용 과천시장과 같은 정당인 국민의힘이 일부 시 정책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낭비성 예산 지적을 수용, 강대강으로 치닫지 않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다수결이 아닌,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전날 내건 설맞이 신년인사 현수막도 여느 지역의 '비방 정치' 현수막과는 달랐다. 지역구별로 황선희(국힘)·박주리(민주), 우윤화(국힘)·이주연(민주) 의원이 각각 하나의 현수막에 합동으로 얼굴과 협치 문구를 새기면서다. 현수막에는 좌·우로 의원들의 직함과 사진이 들어가 있고, 중앙에는 '과천시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겠습니다'라는 화합 메시지가 적혀 있다.
박주리 의원은 "기존 정치는 억지로라도 이견을 만들어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쟁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기초의원들부터 협력하고, 또 힘을 모아 집행부를 견제하는 합리적 의정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우윤화 의원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정당을 떠나 서로 조언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협치가 이뤄진 것 같다"며 "시민들이 진짜 바라는 정치인의 모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용광로→온탕', 내홍 딛고 '협치' 상징 우뚝
시의회의 협치 실현에 대해 초선 의원 다수의 젊은 시의회로서 당을 대변하는 관습을 벗어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대 과천시의원은 7명 중 5명이 정치 신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8대 시의회가 주요 안건마다 여·야 갈등으로 애를 먹었던 전례와 대비된다. 지역 최대 과제였던 하수종말처리장 입지 선정과 3기 신도시 관련 안건은 물론, 각종 민생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잇따라 파열음을 낸 바 있다.
일부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당의 처분에 불만을 품고 당적을 바꿔 의회 구도가 바뀌면서 '보복 논란'이 일었고, 여·야가 서로 윤리특위에 제소도 하는 등 내홍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시의회 갈등과 지역사회 분열이 격화한 데다 시장 주민소환까지 추진되면서 지역발전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시민들만 지쳤다"고 돌이켰다.
이를 딛고 '하나'의 시의회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른 뒤 장시간 냉각기에 들어간 중앙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국가경제난도 심각한 상황에 민생을 위해 여·야 협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정치 행위는 진정성 만큼이나 '모양'도 중요한데 여·야가 화합 메시지를 녹여낸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 것 같다"며 "기초의원들이 국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중앙 정치권에도 한 수 가르쳐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청년최고위원도 "대한민국이 난국을 뚫고 전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천시의회의 협치 현수막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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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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