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저축銀 불법대출 기승…금감원 '무늬만 사업장'까지 걸러낸다
저축銀, 기본 확인도 안하고 돈빌려줘
금감원, '작업대출' 방지 표준안 제정
소호대출 심사 중점 체크리스트만 40개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앞으로 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대출(소호대출) 취급 시 사업장이 정상이어도 ‘무늬만 사업장’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가짜 자영업자는 물론 정상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심사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불법 ‘작업대출’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감독원이 꺼낸 강수다.
담보물-사업장 같으면 의심토록
20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감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인사업자 관련 작업대출 방지를 위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기준 표준안’을 제정했다. 또 표준안을 구체화한 소호대출 심사 및 사후점검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중점 점검 체크리스트만 40개에 이른다.
체크리스트를 보면 저축은행은 소호대출을 신청한 자영업자의 담보물(집) 주소지와 사업장 주소지가 동일한 경우 해당 주소지에서 실제 사업영위가 가능한 업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번호를 취득한 정상 차주여도 사업은 영위하지 않고 단순히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려는 차주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자가를 온라인몰로 등록하는 등 ‘무늬만 사업장’인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정상 사업장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전자세금계산서, 부가세 과세표준증명원, 신용카드매출전표 등 사업영위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중복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본지 1월11일 ‘사업자번호 있어도 ’무늬만 사업장‘일 수도...작업대출 예방법은’ 참조). 금감원은 체크리스트에 업계의 이러한 제언까지 반영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도, 거리뷰 등에서 사업장 주소를 검색해 업종 대비 사업장 위치, 규모 등이 적절한지도 확인토록 했다.
사업장 정상여부 확인에 ‘다중 장치’
사업장이 정상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된다. 우선 대출신청일 전 90일 이내 발급된 사업자등록증명원을 제출받아야 한다. 여기에 국세청 홈택스에서 사업자등록번호로 차주의 사업장의 휴·폐업 여부, ‘114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 검색으로 허위 사업장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등록번호 가운데 숫자가 개인사업자(01~80, 89~99)에 해당하는지도 살피도록 했다. 금감원은 증빙서류에 기재된 해당 숫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81~88)에 해당하는 번호를 기재해 허위로 제출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이 서류 심사 시 기본 확인조차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전 현장점검도 강화된다. 접수된 소호대출이 △건당 5억원을 초과하는 대출 △주택을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담보로 취득하는 운전자금 대출 △사업자등록 이전(사업 준비 중)에 취급하는 대출 및 사업자등록일로부터 3개월 이내 취급하는 대출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하면 저축은행이 사업장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모집인 제출 서류도 중복 확인
대출금을 사업 용도가 아닌 주택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용도 외 유용’을 방지하기 위한 사후점검 강화 대책도 체크리스트에 담았다. 저축은행은 차주가 제출한 거래상대방과의 거래 증빙서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체크리스트엔 차주 또는 거래처 사업장, 사업물품, 차주의 기존사업장 증빙(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에 비해 견적서상 물품수량, 규모, 물품공급단가 등이 적절한지를 확인토록 했다.
이외에도 대출모집인이 대출약정 서류를 대리제출하는 경우 해당 서류를 차주가 작성하고 확인했다는 차주 확인서를 밀봉된 상태로 받도록 했다. 불가피한 이유로 증빙서류를 사후에 접수할 경우 저축은행은 공식 이메일이나 팩스로 받아야 한다. 대리로 제출받을 땐 차주와 유선으로 통화해 본인제출 여부를 추가 확인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체크리스트를 담은 표준안을 1분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표준안이 시행되면 소호대출 취급은 깐깐해지겠지만 자금이 엉뚱한 곳으론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SBI·OK·페퍼·애큐온·OSB 등 대형사 5곳에서 2년여간 1조2000억원 규모의 불법 작업대출을 적발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빌릴 수 있었던 돈이 1조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한편 금감원은 작업대출 방지 표준안에서 작업대출을 사업자 주택담보대출로 한정 짓지 않았다. 금감원은 ‘대출사기 일종으로 소득확인서 등 소득증빙 서류나 신용등급 등을 위조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는 행위’를 작업대출이라고 정의했다. 신용대출, 보증대출 등에서도 작업대출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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