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명절이고 뭐고 집이 다 타버려"…이재민들 호텔로, 친척 집으로
이재민들 "충격 커…짐도 못챙기고 허겁지겁 나왔다"
(서울=뉴스1) 김정현 원태성 한병찬 기자 = "명절이고 뭐고 집이 다 타버려서 없는데…매번 불나고 물난리 나고 지겨워요."(구룡마을 이재민 박모씨)
20일 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60명의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됐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시점이어서 이재민은 물론 이를 지켜본 이들의 안타까움이 배가 됐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전 6시27분쯤 발생한 불은 약 5시간19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4구역 96세대 중 약 60세대가 소실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은 참혹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 도착한 현장에선 경찰과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 출입통제선을 치고 감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 확인을 위해 경찰과 소방에서 합동 감식 중"이라며 현장 출입을 막았다.
화마가 집어삼킨 판잣집들뿐 아니라 인근 주택들 역시 곳곳에 그을음이 묻어있어 불의 크기를 짐작게 했다. 화재 현장에서 걷어온 소방호스와 이를 정리하는 소방관들의 방화복 역시 검댕 투성이었다.
◇화재 현장, 감식 시작…자원봉사자·구호물품도 속속 도착
오후 들어 화재 복구 현장에는 자원봉사자들과 이불 및 생수, 수건 등 기업과 단체 등에서 보낸 구호물품들도 속속 도착했다.
구룡마을에 친구들이 살고 있어 종종 봉사를 나왔다는 박모씨(78)는 이날도 털모자에 장갑을 쓰고 흰 봉투에 담긴 수건을 나르고 있었다.
박씨는 "구호 물품들이 계속 오고 있어서 안으로 나르고 있다"며 "구룡마을 사는 분들은 장마 때문에 고생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뿐 아니라 화재 현장 복구 및 이재민 지원을 위해 봉사를 나온 다른 봉사자들도 분주히 움직이며 피해 이재민들을 돕고 있었다.
기업들의 구호물품 지원도 눈에 띄었다. SPC행복한재단은 SPC삼립 빵과 생수를 2000개씩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구룡마을 복구 작업 현장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도 화재현장에 차량을 보내 보조배터리 대여소와 긴급 충전 포스트를 설치했다.
◇이재민 "새벽에 허겁지겁 뛰쳐나와…가방 하나 챙겨나왔다"
화재 피해를 입은 구룡마을 이재민들의 표정엔 황망함이 가득했다.
화재 현장 근처에서 노트북 가방 크기의 검은 토트백을 들고 있던 70대 이재민 박모씨는 "이제 (이재민 임시거주를 위해 마련된) 호텔로 이동하려고 한다"며 "매번 불나고 물난리나고 지겹다"고 한숨을 쉬었다.
따로 짐은 없냐고 묻자 "짐이 어딨냐, 다 타버렸는데… 급하게 나온다고 이거 가방 하나 들고 나왔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의용소방대'라고 적힌 외투를 입고 있던 50대 이재민 장모씨는 "새벽에 일하고 들어와 눈을 붙이는데 '불이야'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뛰쳐나왔다"며 "놀라서 아무 것도 못챙기고 오전 6시30분쯤에 뛰쳐나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와 장씨는 강남구에서 이재민들의 임시거주를 위해 마련한 인근 관광 호텔로 발길을 옮기면서도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어두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 구룡마을 이재민들, 넋나간 표정으로 임시거주시설 입주
당초 강남구에서는 관내 관광호텔 4곳에 이재민 60명을 임시로 머물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한 곳에서 모두 수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3곳은 취소했다.
임시거주 호텔에는 이날 오전 1차로 25명이, 2차로 13명이 입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재민들은 호텔 대신 친척 또는 지인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호텔에 도착해 입실카드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구룡마을 이재민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자그마한 검정 크로스백 하나만 들고 남편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70대 여성 A씨는 "여기서 얼마나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짐 챙긴게 없어서 가방 하나만 겨우 들고 왔다"며 "정신도 없고 충격이 커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남편 B씨는 "아직 소실된 우리 집이나 물건을 어떻게 하겠다고 아직 들은 게 없는데 뭐라도 이야기해줘야 안심이 될 것 같다"며 "설 앞두고 새벽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일단 일주일 체류를 예상 중이지만 복구작업 결과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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