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두달 연속 하락···2월 금리 동결 힘실린다
유가·환율안정 덕에 공산품 큰폭 하락
소비자물가도 '정점' 기대감 확산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수입물가에 이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고공 행진을 이어온 물가도 이제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96(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3%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여전히 6.0%를 기록했지만 6월(10.0%)을 시작으로 7월(9.2%), 8월(8.2%), 9월(7.9%), 10월(7.3%), 11월(6.2%)에 이어 6개월 연속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생산자물가 하락은 유가와 환율 안정으로 공산품(-1.0%) 가격이 내린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공산품 가운데 석탄·석유제품(-8.1%), 컴퓨터·전자·광학기기(-1.2%) 등의 하락 폭이 평균을 웃돌았다. 세부 품목별로는 경유(-15.2%), TV와 노트북용 LCD(-5.0%)의 가격 하락 폭이 컸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8.2%)과 수산물(3.1%) 등이 오르면서 전월보다 4.9% 상승했다. 한파로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 난방비마저 오르면서 생산 단가가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오이(75.0%)와 호박(73.%)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고 멸치(13.4%), 닭고기(6.5%), 돼지고기(2.1%) 등 수산물·축산물 가격도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데 통상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경기 변화와 국제유가·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주의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시차와 관련해 “최종재 중 소비재 등이 같이 구성돼 있고 국제유가 등이 반영돼 생산자물가총지수와 소비자물가총지수 간 시차는 0개월인데 품목 간에는 1개월에서 3개월·6개월 이상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창용 총재도 앞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는 5% 이상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는 경기·금융 안정과의 상충관계(trade-off)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은이 애초 한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지만 우리 경제의 침체 가능성, 이 총재의 발언 등을 종합할 경우 금리 동결에 무게 중심이 더 얹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도 “아직 미국의 긴축 움직임 등 변수가 여전하지만 통화정책의 초점이 물가에서 경기 침체 대응으로 옮겨가는 양상인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12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 하락했다. 원재료(-6.5%), 중간재(-1.3%), 최종재(-0.7%) 모두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다. 국내 출하 외에 수출을 포함하는 총산출 기준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7% 하락했다. 농림수산품(4.7%) 등이 올랐으나 공산품(-3.1%)이 하락한 결과다. 지난해 연간 생산자물가는 2021년보다 8.4% 올랐다. 이는 2008년(8.6%)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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