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꺾이자 다시 '베팅'···골드바·금ETF 돈 몰린다 [S머니]

박성호 기자 2023. 1. 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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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테크 지고 다시 뜨는 金테크
시중銀 금통장 연초부터 증가세
골드바 판매도 9개월來 최대
'골드 레버리지' 거래액 55%↑
당분간 금값상승 지속 전망 속
경기침체기 안전자산으로 각광
"변동성 커 긴 호흡 투자 필요"
[서울경제]

#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유 모 씨(45)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국제 금 가격에 연동되는 적립식 골드뱅킹 상품에 가입했다. 애초 유 씨는 금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에 금 현물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현물 투자하기에는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유 씨는 “실제 금을 사기에는 목돈이 필요했다”며 “금리나 달러 환율도 앞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아 한 달에 10만 원씩 소액으로 투자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달러가 주춤하자 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 금 가격이 달러 약세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분위기인 데다가 올해 금리와 물가가 우하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 투자에 대한 전망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변동성이 큰 상품인 만큼 투자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의 금 관련 통장 계좌 수는 이달 18일 기준 24만 4198개로 지난해 12월까지 이어지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되돌아섰다. 잔액 역시 5032억 원에서 5186억 원으로 154억 원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증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해 하반기 금값이 약세를 보일 때 꾸준히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며 “창구에서도 금 관련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바 등 실제 금에 투자하는 현물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 금액은 11억 원, 판매량은 12.6㎏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KRX 금시장에서도 개인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후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96억 원과 82억 원을 순매수했던 개인은 이달 들어서는 8억 원가량 순매도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매도세가 확연히 줄었다.

금융투자상품으로서의 금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이달 들어 KODEX 골드 선물 ETF(상장지수펀드)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19억 8872만 원으로 전월(14억 5771만 원)보다 36% 늘었으며 지난해 7월(8억 1272만 원)과 비교하면 2.5배 증가했으며 레버리지 상품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 거래액도 55% 이상 급증했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이후 금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온스당 2078.8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1월 4일 1618.3달러까지 20%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달러가 상대적인 약세로 돌아서자 급등하기 시작해 이달 19일 기준 1923.9달러까지 상승했다. 국내 금 가격도 상승세가 완연하다. KRX 금 시장에서 금 1g 가격은 19일 기준 7만 5750원으로 지난해 최고 수준(7만 8300원)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특히 금 가격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시장의 전망이 지난해 11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뒤에도 지속적으로 금 투자가 늘어나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 가격은 대체로 달러 환율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국제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가 이전보다 약세를 보이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전에 100달러로 금 1g을 살 수 있었다면 달러 가치가 20% 하락할 경우 120달러로 금 1g을 사야 한다. 금 가격이 달러 가치 하락에 연동해 상승하는 셈이다.

지난해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화가 지속됐다. 하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 역시 점진적으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침체 우려도 금값 강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는 늘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로 경기 침체 여부(안전자산 선호 정도), 금리 및 환율 방향성, 산업용 수요 증가 여부 등을 꼽는다. 확신을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셈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 상승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이후 금 가격은 금리 변동성에 따라 단기간 조정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볼 때 투자 매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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