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전통’에서 만나 본 뉴트로 전통문화
우리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각종 첨단 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뛰다 못해 날아야 하는 요즘이다. 그렇게 힘껏 뛰고 남은 빈 마음을 메워주는 건, 훈훈한 전통문화가 아닐까.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가상세계를 걷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설이면 함께 던지던 윷놀이가 떠오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전통문화는 답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전통문화는 공감을 얻지 못하기 마련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1월 19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회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졌으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문화를 보여준다. 과연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전통문화는 어떤 느낌일까.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은 ‘쓸모있게’, ‘생동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등 다섯 분야로 구성됐다. 지난 3년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 진흥사업의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입구로 들어서면 중앙홀에 있는 토끼와 달이 먼저 반긴다. 계묘년인 올해의 동물, 토끼다. 전통문화와 토끼라고 하면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가 떠오르지 않을까.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 지구인은 평생 달의 앞면만 보게 된다고 한다. 작품은 이점에 착안해 달의 뒷면을 상상해 표현했다. 물론 그 방식은 현대적이다. 미디어아트와 조경, 사운드로 구성해 세련된 감각을 한층 살렸다.
설 연휴에는 특히 3층 대합실을 추천한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들려도 좋겠다. 윷놀이, 딱지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등 누구와도 함께할 만한 전통놀이들로 구성돼 있다. ‘오징어게임’ 속에 나오는 전통놀이인 만큼 외국인에게도 친숙하지 않을까. 더욱이 스탬프 랠리도 있으니 잊지 말자.
한지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1, 2층 부인대합실에서는 하늘거리지만, 강한 질감을 가진 한지가 돋보인다. 오묘한 빛깔과 질긴 장점을 다 갖춘 한지는 문화재 복원, 생활 소품에 두루 쓰인다.
귀빈예비실에서는 아기자기한 한식 미니어처를 볼 수 있다. 콘텐츠를 통해 5첩 반상과 3첩 반상을 차려보며 한식에 관해 배워볼 수 있다. 보자기 매듭을 익혀보고 한식 도시락을 체험하는 것도 좋겠다.
귀빈실에서는 시대별로 재현한 6종의 한복과 한복근무복을 선보인다. 이곳에서 배자를 입어보는 체험을 빼먹지 말자. 역장실에서는 메타버스와 K-패션쇼를 만나볼 수 있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볼까. 붉은 카펫이 강렬한 그릴에는 250여 점의 전통문화 상품이 전시돼 있다. 여기서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다양한 시각을 뚜렷이 볼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산뜻하고 깊은 맛이 배어있다. 구매도 가능하니 명절 선물로 어떨까. 나도 천천히 한 바퀴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위시리스트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구회의실에서는 나전칠기, 조선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상시 프로그램으로 그림일기 등을 그릴 수 있고 주말에는 예약을 통해 한지 모빌과 미니 소반,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한복 착용 이벤트도 준비돼 있으니 기억하자.
세미나실은 설과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까. 복덕방(福德房)이라고 명명한 이곳에서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던지며 벽에 걸린 다채로운 디자인의 운세카드를 뽑을 수 있다. 또한 작심쓰기 코너에서 새해 다짐을 적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기서 진정한 새해를 맞는 듯 근엄해진다. 麻姑搔痒(마고소양). 내가 뽑은 올해의 내 운세다. 다소 어려운 말이지만 흐뭇함만은 확실하다.
개막식 풍경
18일 진행된 개막식은 청년창업사업의 시상식과 발표,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차세대 전통문화 산업을 주도할 청년창업기업을 육성하는 ‘오늘전통 청년창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86개의 초기창업기업(창업 후 3년 이내)과 38개의 예비창업팀이 육성됐다.
‘오늘전통 청년창업’은 주요 3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전통문화 창업기획자를 발굴하고, 전통문화 청년 초기창업기업을 육성하며 전통문화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을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KCDF 누리집(https://www.kcdf.or.kr/main)을 참고하자.
수상자들 한마디
“사실 저희는 스타트업이고 전통문화 분야도 드물잖아요. 만날 수 있는 게 참 어려운데, 이 사업을 통해 같은 분야 사람들을 만나게 돼 참 좋았어요.” 창업기획자(AC)상을 수상한 장하은 대표(오르디자인하우스)는 전통 문양을 베이스로 신한복과 리빙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전통에 현대적인 트렌드를 가미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세계적인 명품을 보면 전통을 무척 중요시하잖아요. 사실 우리나라가 훨씬 오래됐거든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징을 세계에 많이 알리고 싶어요.” 우수상을 수상한 류진 대표(진코퍼레이션)는 현대적인 비녀를 제작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아직은 부족한 거 같아요.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21년도에 이 사업에 선정됐어요. 무엇보다 마케팅 지원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제품이 다양해져 판로 확장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2018년 생활한복으로 창업한 김미진 대표((주)나풀진)는 이날 창업기획자(AC)상을 수상했다.
“전통이 트렌드에 맞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저희도 젊은 세대에 어떻게 쉽게 다가갈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기존 전통문화 호응도를 분석해 더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한호 대표((주)다루)는 이용자의 차 성향을 분석해주고 성향에 따라 찻집을 추천해주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전통문화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강의와 멘토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이 사업을 적극 추천했다.
“전통문화가 이벤트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심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양현석 씨는 임업인들이 고로쇠 수액으로 소득을 증대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전통문화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재화 팀장(전통생활문화본부)은 이 사업의 특징과 장점을 묻는 질문에 “전통문화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3년간 지원을 하고 있어요. 또 ‘오늘전통 청년창업’은 전통문화 분야에서만 선정하기 때문에 전통문화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은 전통문화를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전통문화는 계승되고 새롭게 탄생한다는 사실이 기쁘다. 앞으로 매년 설(음력)을 전후로 열리게 될 이 행사를 즐겁게 누려보자.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문화역서울284 전관
2023.01.19.~02.26. 11:00-19:00 (입장 마감 : 18:30) 매주 월요일 휴관
설 연휴(1.21~24) 정상 운영(설 당일 1.22(일)은 휴관)
문화역서울284 누리집 https://www.seoul284.org/main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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