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왜 이러나... 고향기부금 시행 연기에 복권 오류도 쉬쉬

세종=서일범 기자 2023. 1.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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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서 황당한 사건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풀어내기 쉽지 않은 '복합 위기'로 선언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정작 최전선에 선 기재부 관료들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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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속 잇단 '황당 사고'
지자체 홍보전 펼쳤던 기부금
실무자 실수로 2년뒤 稅 공제
즉석복권 인쇄오류도 공지 안해
"경제 불확실성 커 정책 잘 살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울경제]

우리나라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에서 황당한 사건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풀어내기 쉽지 않은 ‘복합 위기’로 선언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정작 최전선에 선 기재부 관료들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고향사랑기부금’이 대표적 사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곳 이외의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물 답례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올해부터 이 제도가 시행된다며 홍보전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2025년으로 연기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와 묶여 2년 뒤인 2025년 시행으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기재부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연내 법을 다시 개정해 문제가 없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부금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지자체 입장에서는 찬물을 뒤집어 쓴 셈이 됐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20일 “대다수 지자체가 전담팀을 꾸릴 정도로 기부금 확보전을 펼치고 있는데 시민들을 설득하기도 난감해졌다”며 “정부 신뢰가 무너진 셈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즉석 복권 오류 문제도 기재부의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기재부는 ‘스피또1000 58회 차’ 판매 과정에서 인쇄 오류 복권 20만 장을 발견했으나 별다른 공지 없이 이를 시장에서 회수한 뒤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잔량 2520만 장을 판매했다.

19일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기재부는 같은 날 밤 11시 40분 “통상 한 회 차당 미판매 물량이 40만 장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별도 공지 없이 계속 판매했다”는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오류를 발견하고도 이를 숨긴 것 자체가 이미 문제”라며 “감사원이 나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최근 이 같은 기강 해이가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 부처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던 레고랜드나 흥국화재 영구채 사태와 비슷한 일이 올해 또다시 터져나올 경우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 내부에서는 최근 중국 코로나19가 생각보다 빠르게 정점을 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고하고’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미국이 긴축을 확실히 이어갈 것이라는 방향성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이 더 커 보인다”며 “우리 경제팀이 더 꼼꼼하게 각종 지표와 자금시장 동향을 살피고 여기에 맞춰 세심한 정책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최근 기강 해이를 인사 문제와 맞물려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기재부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단은 물론이고 과장급까지 인사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설이 돌면서 “의욕을 잃었다”는 관료들이 늘고 있어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역시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인사를 흔들지 않는 게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홍남기 전 부총리 시절 핵심 보직에 대해 인사를 최소화하거나 최대한 미루면서 해당 국(局)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던 일이 있다”며 “조직 재편과 인사를 서둘러 불확실성을 없애고 업무 기강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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