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요?②

이민아 2023. 1.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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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셀프힐링이 시대적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서점가에서는 ‘자존감’ 타이틀을 내세운 책들이 수없이 팔려나갔고,

자존감 회복을 위한 코칭이나 특강이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줄을 이었죠.

그런데도 자존감이 ‘씨앗 수준’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상태’라는 건데요.

귀농 3년 차에 접어든 이용성 씨는 농촌에 온 후로 자존감이 ‘쑥’ 올라갔다고 말합니다.

3년 전 충북 청주에서 전남 구례로 귀농한 청년 농부, 이용성 씨. 강아지와 함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그가 억대 소득을 내는 청년 농부도 아닌 걸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이나 높은 연봉 같은 객관적 조건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건 아닌 건 분명합니다.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구례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그에게 알려준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Q. 이제 귀농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요. 농사가 체질에 맞나요?

네, 저는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여기 와서 접한 농사 방식이 파머컬처(permaculture)라고요,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이 합쳐져서 단어가 된 거예요.

땅을 경운하지 않고 맨몸으로 텃밭을 예쁘게 만들어요. 그러니까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요.

용성 씨가 맨몸으로 일군 텃밭

그런데 처음에만 그렇고 그다음에는 조금씩 자리 잡아가면서 수월해지긴 하거든요.

이 농사법이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땅의 미생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농사법이에요.

사실 우리나라 옛날 농사법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까 어른들은 거의 없으시고.

젊은 친구들이 자급자족하는 선에서 아니면 공동체 속에서 같이 경작하는 친구들이 많은 추세예요.

Q. 친구를 많이 사귀셨나 봐요?

제가 여기 와서 삼촌 말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맨날 오토바이 타고 읍내에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한 명, 두 명 알면서 연결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지역 살리는 활동이나 환경 운동하면서 자기 텃밭도 같이 일구는 친구가 많더라고요. 또 그 친구들이 대부분 비건이고요.

Q. 청년 농부들 보면, 농사를 짓겠다고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후계농이 아니면 기반이 전혀 없으니까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요. 어떤가요?

후계농이면 조금 더 쉬운 길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저나 삼촌처럼 연고도 없고 혼자 외딴곳에 온 사람들은 도전의 연속이죠.
허브와 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용성 씨. 지금은 먼저 귀농한 외삼촌 댁에서 머물며 지내지만 언젠가 독립해 자신만의 터전을 일궈 뿌리내리며 살 생각이다.


시간이 그만큼 소요되긴 하는데 그냥 자꾸 해보고, 그런 과정에서 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그런 계기도 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지원금도 있고, 대출도 저리로 빌려주는 게 있거든요.

저도 살면서 처음으로 대출받아봤는데, 요즘 금리도 많이 올랐는데 이건 저리로 5년 거치 15년 상환이에요.

저도 지원받아서 땅을 좀 마련한 상태예요.

Q. 수입은 좀 있으신지요?

아직 없는 상태예요. 오일장에 나가서 모종 판매도 했었는데, 그런 건 경험 삼아 했던 거라 (돈이) 들어오고 또 금방 나가는 상태였고.

대신 삼촌 댁에 방 한쪽을 에어비앤비 하고 있거든요. 그거 삼촌이랑 같이 관리하면서 거기서 나온 걸로 용돈 정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Q. 만만치 않네요?

네, 그런데 자기한테 잘 맞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시작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와서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거든요. 돈도 못 벌지만.

하는 일에 만족도도 있고. 일단 자연이 좋고. 그리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도 마음이 잘 맞고. 오히려 도시 친구들보다.

청년 농부 용성 씨는 술 담그는 방법을 배우는 등 동네 주민들과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제가 좋아하고 또 앞으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내면서 여기 뿌리 내릴 생각이 더 확고해졌거든요.

청주, 그러니까 도시에 있을 때만 해도 수입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자녀 2명만 낳고 살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는 수입도 없지만 주변에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돌봐주실 분들도 충분히 계시고.

그리고 크게 돈 쓸 일이 없어요. 시골에 있으니까.

현재로서는 한 달에 200만 원만 벌어도 쓰고 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Q. 말씀대로 체질이시네요. (웃음) 최근 ‘지방소멸’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와요. 전남이 지방소멸 위기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구례군도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유행처럼 10년 안에 도시에서 시골로 다 내려올 것 같아요. (웃음)

도시에 밀집해서 아등바등 살기보다 농촌에 관심 있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고,

sns에 제가 사진을 올리면 친구들이 다 힐링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친구들도 몇 번이고 계속 오고요.

그런 사람들이 곱하기가 되다 보면 지방소멸 안 될 것 같아요.

Q. 최종 꿈이 뭔가요?

작은 꿈은 조그마한 산에 로즈메리 가득 심어서 로즈메리 동산 만드는 거예요. 농사지으면서 식재료를 바로 식탁에 올려주는 ‘팜 투 테이블 (farm to table)’ 이런 형태가 요즘 많아지고 있거든요.

최종 꿈은 좋은 배우자 만나서 애 낳고 키우면서 소소하게 사는 거요, 이제 심적으로 준비가 많이 되어 있다고 느끼거든요.

도시에 있을 때는 친구들이 결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걸 보면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기 속도대로 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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