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놨는데 6개월째 안 팔려"…휴업한 中企, 0곳→68곳
대기업 2·3차 협력사들 모여있는
수도권 3대 산업단지, 휴업 속출
남동·시화공단 '사실상 폐업' 업체
2020년 0곳에서 지난해엔 22곳
금리 계속 오르는데 일감 반토막
중기 대출 잔액만 953조4000억
정책자금 축소에 "동아줄 끊어져"
“제조업은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사업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수도권에서 철강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요즘 본업이 뒷전이다. 대신 수완이 좋다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소개받아 공장 부지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공장을 내놓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 보러 오는 이가 한 명도 없다. 모두 떠나려고만 할 뿐이다.
중소기업판 ‘대퇴출’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이 마지못해 아예 사업을 접거나 휴업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핵심 산단 中企 휴업 껑충
20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국가산업단지 휴·폐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인천 남동공단 휴업 기업은 11개로 전년(2개)보다 5.5배 증가했다. 안산 반월공단은 10개(전년 3개), 시화공단은 11개(전년 2개)로 급증했다. 폐업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시화 101개, 반월 92개, 남동 61개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에는 전국 산단 중 단 한 곳도 휴업한 기업이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 여파가 강해지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화·반월·남동 등 수도권 3대 산단은 국내 제조 대기업의 2~3차 협력사가 몰린 곳이다. 경기 한파 여파로 재무적으로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부터 쓰러지면 대기업 부품 조달과 원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쇄 효과가 큰 전방산업부터 위태로운 모습이어서 우려가 크다. 특히 건설 관련 중소기업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 늘었다. 최근 들어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김동우 한국콘크리트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타워크레인, 하이드로크레인 등 건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장비 대부분의 대여료가 1년 전과 비교해 100% 이상 올랐다”고 했다.
충청권에서 스테인리스스틸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도 “지난해엔 이자가 크게 올랐어도 그 전에 받아 놓은 일감을 소화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며 “올해도 금리는 계속 올라갈 텐데 일감은 반토막 이상 나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긴박한 처지는 각종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1004건으로 전년(955건)보다 5.1% 늘었다. 파산기업 대다수가 한계 중소기업으로 추정된다.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신청도 2만4542건으로 역대 최대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53조4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74개 중소 제조 상장사의 부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이자비용은 전년 507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누적) 6100억원으로 20.3% 급증했다. 전국 17개 지역 신용보증기금 대위변제율(차주가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보가 금융회사에 보증 비율만큼 대신 변제한 비율)도 지난해 1.09%로 전년보다 0.08%포인트 증가했다.
○정책자금 ‘산소호흡기’ 떼면…
한계 상태 중소기업 연명에 큰 역할을 한 정책자금 규모가 줄어든 점도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5조600억원에 달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올해 4조9739억원으로 감소했다. 수혜 대상에 들지 못하면 기업 운영 존폐의 갈림길에 선다. 한 지방 산단에 있는 중소기업 대표는 “지난해 ‘정책 우선도 평가에서 밀렸다’는 이유로 떨어진 정책자금을 이달에 재신청했지만, 정부에선 마냥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역단체별로 지원하는 저금리 중소기업육성자금 정책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육성자금을 갚고 나면 이후 1년간 못 빌리는데 중소기업에 대출이 안 되는 1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가 오는 9월 끝나는데 조금 더 기회를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식 가스연합회 전무는 “고금리 때문에 허덕이는 기업에 상환을 독촉하는 것은 돈 없는 사람한테 방 빼라는 격”이라고 호소했다.
최형창/김병근/강경주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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