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000%’ 정유 vs ‘사무직 자율휴직’ 디스플레이, 불황 속 엇갈린 운명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성과급 규모가 초미의 관심사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만큼 앞서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현대오일뱅크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전·디스플레이 업계는 성과급 규모를 줄이거나 휴직을 권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종별 희비가 극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정유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줬거나 지급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재작년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줬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현대오일뱅크의 성과급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4조6822억원을 기록해 전년(1조6276억원) 대비 187.7% 증가했다. 이미 작년 초에도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준 적이 있어 임직원들의 기대감도 크다.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동종 업계 다른 업체들도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앞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유가 반사이익을 거론하며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횡재세를 소상공인, 중소기업,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배터리업계에 종사하는 임직원들도 대규모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9% 상승했다.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약 900~1000%를 받을 것이 점처진다.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제작하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는 연봉의 28~30%, 전자재료 사업부는 37~39%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반대로 성과급이 줄어드는 업종도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부별 목표달성 장려금(TAI)을 50% 받았다. 상반기에 100% 받은 것을 고려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로 같은 회사 생활가전사업부는 연초 지급 예정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전년 대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휴직을 권하는 회사도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저가 액정디스플레이(LCD) 공세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휴직 제도를 시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5일부터 사무직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 신청을 받는다. 휴직자는 고정급의 50%를 받고,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쉴 수 있다.
올 들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업종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1500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무선통신기기(105), 바이오·헬스(104), 이차전지(105)의 올해 매출 전망은 기준치(100)를 넘었지만 반도체(86), 철강(86), 섬유(86)는 기준치를 밑돌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업종별 온도 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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