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흥행대전 개막! 신작+개봉작 시너지 효과 노린다
아이즈 ize 윤지훈(칼럼니스트)
설 명절 극장가 장악을 노리는 기대작들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토요일인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이어지는 명절 연휴에 앞서 두 편의 한국영화가 나란히 개봉해 본격적인 관객몰이에 나섰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과 현빈이 주연한 '교섭'(제작 영화사 수박)과 배우 설경구·이하늬·박소담·박해수 등이 손잡은 '유령'(제작 더 램프)이 18일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다. 두 작품은 제작비 100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그런 만큼 이번 설 명절 연휴 극장가의 기세를 토대로 거둘 성과에 대한 적지 않은 기대를 모은다.
이에 더해 감염병이 창궐한 이후 관객이 크게 줄어든 이후 비교적 긴 명절 연휴 기간 관객을 만난다는 점에서 전체 극장가 흥행 판세와 그 결과가 유난히 관심을 끈다.
#치열한 명절 연휴 흥행 경쟁 스타트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다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된 이들을 구하려는 국가정보원 요원과 외교관의 이야기를 그렸다. 2007년 샘물교회 사건을 모티브 삼은 실화 소재 영화이다. 특히 요르단 로케이션을 통해 중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임순례 감독과 현빈·황정민 등 제작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2020년 7월 현지로 날아가 촬영을 이어갔다.
'유령'은 1930년대 '유령'이라 불리는 항일단체 흑색단의 비밀 스파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시대적·공간적 배경 아래서 첩보 심리극과 현란한 액션으로 관객에게 소구하고 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독전' 등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각기 장점을 내세워 18일 첫 관객을 만난 두 편의 경쟁은 일단 '교섭'의 승리로 막을 열었다. 1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 1289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교섭'이 10만6000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90개 스크린에서 선보여 5만2000여명을 동원한 '유령'보다 한 발 먼저 앞서 나갔다. 실시간 예매율에서도 '교섭'이 '유령'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교섭'은 개봉 이틀째인 19일에도 6만7500여명을 불러들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전날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유령'의 2만9000여명보다 세 배가량 더 많은 관객을 모았다. 누적 17만3000여명, 연휴 기간 100만 관객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물의 길'·'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있다
'교섭'과 '유령'의 치열한 흥행 대결의 틈새를 파고드는 작품들도 있다. 30~40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아바타:물의 길'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미 100만 관객을 넘어선 가운데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여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바타:물의 길'은 19일 현재까지 전국 956만5000여 관객을 동원하며 설 연휴 누적 1000만명 넘어설 것인지 극장가 안팎의 기대를 모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20일 오후 현재 실시간 예매율이다. '아바타:물의 길'이 '교섭'과 '유령'의 개봉에도 1위를 차지하며 22.8%를 기록하고 있다. 2위 '교섭'과 불과 0.4% 포인트 차이다. 2009년 '비주얼 혁명'이라 불리며 3D 등 특수상영 버전의 인기를 몰고 왔던 '아바타'의 속편답게 이번 설 명절 연휴 더 진화한 상영 기술에 기대 결코 낮지 않은 예매율을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해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특수상영 버전을 아직 보지 못한 가족 단위 관객이 다양한 특수상영관의 객석을 예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설 명절 연휴에 거는 극장가의 기대감이 여느 해와 다를 것임을 읽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콘텐츠, 신규 개봉이 살 길이다
감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뒤인 2021년과 지난해 설 명절 연휴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처음 맞았던 설 명절이었던 2021년에는 2월11일부터 14일까지 역시 나흘 동안 연휴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 크게 눈길을 사로잡은 신규 개봉작이 없었다. 1월20일과 27일 각각 개봉한 애니메이션 '소울'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이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규 개봉작이었던 3위 '새해전야' 등과 함께 전체 5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을 뿐이다.
이듬해인 2022년 설 명절 연휴는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였다. 연휴 첫날인 1월20일이 일요일이어서 본격적인 휴일은 토요일인 1월29일부터 시작됐다. 이때 한국영화 기대작이 설 명절 연휴를 겨냥하며 나란히 개봉했다. '해적: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였다.
2021년 12월15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누적 740만여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 모은 가운데 '해적: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는 명절 연휴 닷새 동안 각각 64만9000여명과 35만8000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과 함께 세 편은 115만여명의 극장 관객을 견인했다.
이 같은 지난 2년의 설 명절 연휴 극장가의 관객 동원 수치에 비춰 올해에는 '교섭'이 이미 100만 관객 돌파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예매율 1위로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아바타:물의 길'의 선전과 '유령'의 도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한 30~40대 관객의 충성도 등을 더하면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설 명절 연휴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섭'과 '유령'이 형성한 경쟁구도가 시장의 붐 업 현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기대치도 크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관객의 갈증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2022년 설 명절 연휴의 관객 동원 수치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규 개봉작, 즉 새로운 콘텐츠가 없었던 2021년보다 두 편의 기대작이 새롭게 관객을 맞았던 지난해 설 명절 연휴 극장 관객이 두 배 이상 많았다는 점은 결코 스쳐 지나며 가볍게 넘겨볼 수 없는 시사점을 안겨준다.
나아가 감염병 방역 대처에 엄격했던 지난 2년의 설 명절 연휴에 비해 좀 더 이동과 만남이 자유로워진 현재 상황도 올해 시장 붐 업 현상을 기대하게 한다. 30일부터는 의료기관과 약국, 대중교통수단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극장 상영관도 이에 해당해 더 많은 관객이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설 명절 연휴는 물론 이를 지나 극장가가 새로운 활력을 되찾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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