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넘어온 ‘옵티머스 사기’... 文정부 시절 ‘부실 수사’ 밝혀지나
주범은 40년형... 文정부 인사들 무혐의
한동훈이 부활시킨 합수단으로 이첩
“정부 인사 무혐의 건 보강수사 될 수도”
문재인 정부 당시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으로 배당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옵티머스 사건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 자산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를 속이고 3000여명으로부터 1조3500억원을 모은 뒤, 이 돈을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하거나 펀드 돌려 막기 등에 사용하면서 막대한 원금 손실을 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1000여명, 피해금액은 5600억원대에 달한다.
옵티머스가 환매 중단을 선언한 2020년 6월,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같은 달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이후 약 1년 2개월간 조사를 벌여왔지만, 지난 2021년 8월 로비 의혹을 받는 정·관계 인사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고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합수단은 최근 옵티머스 사건 관련 자료를 중앙지검으로부터 모두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라임·디스커버리 사태 등 남부지검에서 진행되는 대형 펀드 사기들과 함께 보며 수많은 피해자를 낸 펀드 사기의 근본적 문제를 짚어보겠다는 취지다.
합수단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비롯해 각종 금융·증권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해체시킨 합수단은 지난 5월 한동훈 법무장관의 지시로 부활됐다.
◇ 옵티머스 대표, 역대 최장 40년형 확정
옵티머스 사건 주범에겐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확정하는 등 옵티머스 사건 주동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징역 40년형은 강력 범죄가 아닌 재산 범죄에 있어 내려진 역대 최고형이기도 하다.
이동열 옵티머스자산운용 2대 주주에겐 징역 20년이, 이진아 청와대 전 행정관의 남편이자 옵티머스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에게도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펀드 사기 전반을 주도하고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정·관계 로비 활동을 벌인 브로커들에게도 실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옵티머스가 금융감독원(금감원) 검사를 앞둔 시점 금감원 관계자에게 청탁을 하겠다며 김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하고 각종 부정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다. 연예기획사 대표 출신 브로커 신모씨는 3심에서 징역 3년을, 또 다른 브로커 김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회사 자금을 횡령해 옵티머스 환매 중단을 막으려 한 공범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화장품회사 스킨앤스킨 전 대표 이모씨는 회사 자금 150억원을 빼돌려 옵티머스 관계사 이피플러스에 지급한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이피플러스에 지급된 횡령금은 펀드 환매 중단을 막는 용도로 쓰였다.
◇ 文 정부 인사들은 줄줄이 무혐의
반면 ‘로비 의혹’을 받는 문재인 정부 정·관계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옵티머스 로비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 2020년 10월, 옵티머스 고문단의 이름이 적힌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이 공개되면서다. 여기에는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한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과 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기록돼있었다.
문건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당시 청와대, 민주당, 법조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적혀있었다. 검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10개월간 로비 의혹 수사를 벌여왔지만, 모두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채 전 총장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만나 옵티머스가 추진하던 경기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과 관련해 도움을 청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2020년 5월 채 전 총장이 이재명 경지지사를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수사로 연결할 청탁 사실이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양 전 행장과 이 전 총리 등에 대해서도 로비 의혹과 사기 가담 여부를 수사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결론을 지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김재현 대표가 금감원의 조사를 연기할 목적으로 부풀려서 작성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선거캠프 ‘복합기 지원 의혹’을 받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으로 일하던 이모씨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복합기 사용료 등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 중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고, 이 전 대표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옵티머스 측과 친분이 있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로비스트 신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전 청와대 선임비서관 등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합수단 넘어온 옵티머스 ‘잔여 사건’… “기존 수사 보강될 수도”
합수단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관련 수사 자료 일체를 넘겨받고 검토에 나섰다. 잔여 사건 10여건이 모두 합수단으로 이첩되면서다. 기존 수사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에 집중하면서 옵티머스 수사가 지체될 기미가 보이자 이를 금융 범죄 전담 부서로 이송 결정한 것이다.
합수단 수사 과정에서 기존 수사에 대한 보강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혐의 처분은 무죄 판결과 달리 기판력(결정 효력)이 없으므로 로비 의혹처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유력한 증거나 단서가 나올 경우 보완·보강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합수단에서 최근 옵티머스 관련 사건과 자료 일체를 중앙지검으로부터 이첩받았다”며 “라임, 디스커버리 등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들과 함께 보면서 대규모 피해자를 낸 펀드 사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사에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수사를 바꿀 만한 핵심 증거가 나올 경우 보강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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