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들 "다시 세계화"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1.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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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폐막 3대 키워드
재세계화·낙관론·다운사이징
비용절감 나선 기업들 "경영 효율화로 다중위기 극복"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 [AP=연합뉴스]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20일(현지시간)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세계 정치·경제·안보와 관련한 분열(Fragmentation)이 최대 화두였다. 고금리·고물가 이후 경기 전망을 놓고도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다. 다보스에 집결한 글로벌 리더 상당수는 이들 핵심 의제를 두고 각각 '재세계화' '경기 낙관론' '다운사이징'이라는 측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간 다보스포럼의 핵심 가치였던 '세계화'는 '다중위기(Polycrisis)'라는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충격 등 전 세계에 각종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세계화가 퇴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여기에 대한 다보스포럼의 대답이 바로 '재세계화(Re-Globalization)'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이번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재세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화는 아직 정점에 달하지 않았으며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에 회의적"이라며 "(세계화 형태에) 변화는 분명히 이뤄지고 있지만 탈세계화가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자유무역 가치가 위협받고 있지만 이것이 세계화의 종말이 아니라 재세계화로 국면이 전환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견해다. 그는 특히 문화·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앞으로 세계화 흐름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적 화두가 된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유럽연구소 소장은 "청정에너지 전환은 본질적으로 세계가 상호 의존성을 갖는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세계화의 완전한 해체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올해 전 세계 경제에 대한 희망 섞인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말 3년여 동안 이어온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정책에서 벗어난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포럼에 참석한 기타 고피나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는 IMF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 재개방은 다른 세계 국가들과 재결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올해 2분기부터 중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 성장한 중국 경제는 올해 4% 중후반대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그간의 정책이 효과를 내면서 올 3분기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최악의 약세장을 지난 지금이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덜 비관적"이라며 "이제 경제가 앞으로 몇 달 동안 대규모 금융 트라우마를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겨울철 유럽 기온이 예상보다 높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크게 번지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고용지표의 양호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빠지더라도 경제가 경착륙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기대했던 반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빅테크 관련 산업 등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보스포럼에 참여한 기업인들은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고도 성장을 위한 인력 증원과 사업 확장을 위한 비용 지출 확대에 몰두했다면 향후 전략적 목표 달성과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한 수익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훨씬 적은 투자로 과거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비용 지출과 소비에 더 엄격해져야 한다"며 "예전에는 과도한 투자와 이에 따른 성장이 성공의 척도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확장에 성공한 기업 역시 효율성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에서 최근 '인원 감축 칼바람'이 부는 상황인 만큼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제품 개발·생산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 수익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자동화 서비스 관련 기업들은 경기 침체를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력 감축으로 생기는 공백을 자동화 기계들이 차지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과 효율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다보스/김동은 기자·서울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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