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나무 밑에서 교실 안으로

2023. 1.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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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두 기사가 눈길을 끈다. 첫 번째는 정부와 방역당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속 의무화된 실내마스크 착용 해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 이래, 햇수로 4년이나 된 지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심각한 겨울 가뭄으로 남부지방의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정부의 긴급추가지원으로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지만, 이 소식들을 접하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사태 등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공동과제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의 일원으로서 지구촌 공동과제 해결을 위해 국제개발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개념하에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미국으로부터 의식주, 국토 복구 등 긴급구호 성격의 ODA를 시작으로 국가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다. 이후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힘입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이루며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ODA를 시작했다. 2021년에만 125개국에 2855만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 직후 1206만달러와 비교하면 2.36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다. 명실상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케이스는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국제개발협력에서 개발도상국의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민간 NGO와의 상호협력이 중요하다. 국가의 지원이 해당 지역 내 모든 사회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므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NGO들이 협력하여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거나 국가가 그 역할을 보다 더 주도하고 잘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관 역시 1948년 해외 원조기관(CCF 한국위원회)의 국내 아동 지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CCF는 의식주 등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지원과 함께 학교 및 기술 교육 등 자립 영역까지 지원 범위를 점차 넓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물고기를 받는 것을 넘어 스스로 잡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 1995년부터는 국내를 넘어 해외 아동을 위한 지원사업도 시작했다. 과거 원조를 받은 고마움과 아동복지 분야의 전문적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아동이 안전한 식수와 음식을 먹고, 계절에 맞는 옷을 입게 하는 일에서부터 나무 밑에서 수업받는 아동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교실 안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추가적으로 지원했다.

에티오피아의 엘리나(Elina)는 지난 기말고사에서 학급 1등을 했다. 엘리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시각장애까지 있어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벅찼는데, 녹음기, 헤드셋, 점자판 등의 학습기기를 지원받은 덕분에 쉽게 수업 내용을 따라가고 복습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엘리나의 꿈을 계속 지원할 생각이다.

전문성을 가진 우리나라 NGO가 직접 현지에서 사업하고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ODA를 더 늘리고 불충분한 부분은 민간 NGO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국제개발협력의 장에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오길 바란다. NGO는 현장 중심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여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직접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지구촌(村)이라는 표현 그대로 하나의 마을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국가와 성별, 종교를 넘어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책과 가까이 지내며 공부를 좋아하던 엘리나가 변호사가 되는 꿈을 꾸는 것처럼 내일은 또 어떤 아동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갈지 기대해본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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